잡지에서 읽은 시

치약 튜브의 구멍이 작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윤희상

검지 정숙자 2016. 10. 8. 19:57

 

 

     치약 튜브의 구멍이 작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윤희상

 

 

  원시공동체 사회 이후로 처음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소비를 부추긴다. 그래야 너도  살고 나도 살 수 있다

고 말한다. 지금은 소비자본주의 사회, 여기저기에서 자꾸 소비가 미덕

이라고 외친다.

 

  어렸을 때 집 부근의 학교 운동장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한 후

보자들의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그 가운데 한 후보자가 큰 목소리로 청

중을 향해 외쳤다.

 

  "저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주시면 대기업의 잘못된 버릇을 확 고쳐

놓겠습니다. 제가 국회로 가서 큰 회사들이 치약 튜브의 구멍을 지금보

다 훨씬 더 작게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그 뒤로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치약 튜브의 구멍은 작아지지 않았다.

그때 연설회에서 큰 목소리로 외쳤던 후보자가 국회의원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명령하는 뇌와 실천하는 손가락의 감각에 대해 더 알아볼 참

이다. 칫솔질을 할 때 손가락으로 치약 튜브를 누른다. 그럴 때마다 언

제나 치약은 원하는 만큼 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온다. 원하는 만큼의 생

각과 치약 튜브를 누르는 손가락의 힘이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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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2016-9월호 <신작특집>에서

  * 윤희상/ 1989『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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