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의 거울
한선자
그가 거울 속으로 떠난 후
말을 잃어버린
나를 반으로 접는다
거울도 반으로 접힌다
반 토막 난 거울과
반 토막 난 내가 술을 마신다
사방이 거울로 된 술집에서는
구름도 빗방울을 들키고 만다
오이를 썰어 넣은 소주에
몸을 담그자 발목이 차고 시리다
달달한 망고 속살이
거울에서 튕겨 나온다
노래를 핑계로 마음을 전하는 건
초보들의 수작(酬酌)
거울은 복제가 가능한 동물
내가 그의 거울이 되는 것
자정은 포옹하거나 헤어지기 좋은 시간
떠나는 거울과 반으로 접힌 내가
잠시 허리를 펴는 사이
자정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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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年刊『김제문학』2016_ 22호 (1970.11.6.창간) <part―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