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자정의 거울/ 한선자

검지 정숙자 2016. 10. 6. 20:47

 

 

   자정의 거울

 

     한선자

 

 

  그가 거울 속으로 떠난 후

  말을 잃어버린

  나를 반으로 접는다

 

  거울도 반으로 접힌다

 

  반 토막 난 거울과

  반 토막 난 내가 술을 마신다

  사방이 거울로 된 술집에서는

  구름도 빗방울을 들키고 만다

 

  오이를 썰어 넣은 소주에

  몸을 담그자 발목이 차고 시리다

  달달한 망고 속살이

  거울에서 튕겨 나온다

 

  노래를 핑계로 마음을 전하는 건

  초보들의 수작(酬酌)

  거울은 복제가 가능한 동물

  내가 그의 거울이 되는 것

 

  자정은 포옹하거나 헤어지기 좋은 시간

 

  떠나는 거울과 반으로 접힌 내가

  잠시 허리를 펴는 사이

  자정이 사라진다

 

    ------------- 

  * 年刊『김제문학』2016_ 22호 (1970.11.6.창간) <part―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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