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롱
김이듬
한창 차를 몰아 달리고 있었다
더 밟아, 눈과 입술이 새빨갛게 부은 언니가 말했다
어디 가는데? 대체 왜 이러냐고?
눈이 내리고 있었다
미끄러운 도로에 백합 같은 짐승이 죽어있었다
유턴하지 않으면 시간의 빙판 너머 가는 수가 있다
최소한은 천천히 멈추거나
내가 아는 한에서는 그렇다
새는 울지 않고 날아갔다
우리는 큰 하수구가 있는 갓길에 앉아
나는 하늘을 보고 바닥은 언니가 보았다
저기 시체가 있어, 언니가 하수구 아래를 가리켰다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서 비춰보았다
놀란 눈으로 검은 웅덩이를 보았다
우리는 반 토막 시신도 목격할 수 없었고
진흙더미에 고인 폐수도 달빛처럼 마를 것을 알았다
나는 차를 몰고 오며 이천만 원을 고민했고
라디오 주파수를 못 잡는 언니를 한심하게 생각했다
백단향 파는 데를 아니?
그게 뭔데? 뭐에 쓰려고?
사소한 얘기로 시작했지만 사회 문제로 흘렀고
별 생각 없이 펼쳤는데 모든 페이지가 끔찍한 스토리였다
나는 기억하지 않는다
급하게 멈출 거면서 발끝까지 뿌려지던 눈발과
미세먼지처럼 스며들던 기분 나쁜 음악이나 말하지 않는 공포
그러나 울고 난 이후의 표정이 좋았다
새하얀 코트 자락으로 얼굴을 감싸고 그녀가 잠들었다
깃털 속에 부리를 처박은 닭처럼
내 우정이 날개처럼 퇴화하여서 날아오르게 할 수는 없지만 마른 목을 감쌀
수는 있겠지
바닐라 색 우주선을 탔다고 상상했다
우주선이라도 내가 몰아야 했고 그것은 이미 내 혀에 생겼다
-전문-
*『Littor 릿터』2016. 8-9월(창간)호 <시>에서
* 김이듬/ 2001년 『포에지』로 등단, 시집『별 모양의 얼룩』『히스테리아』외. 장편소설『블러드 시스터즈』. 산문집 『모든 국적의 친구』『디어 슬로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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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ttor는 명사 Literature(문학)와 접미사 -tor(-하는 사람)을 합한 말이다.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사전에는 없지만 많은 이들의 책장 어느 곳에 등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기에서 책등을 보이며 서 있다가 어느 날 다시 뽑혀 나와 이런 일이 있었군, 이런 작품을 읽었지, 생각하게 하는 문학잡지였으면 좋겠다. <Editor’s Note(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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