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마카롱/ 김이듬

검지 정숙자 2016. 10. 7. 03:10

 

 

    마카롱

 

    김이듬

 

 

  한창 차를 몰아 달리고 있었다

  더 밟아, 눈과 입술이 새빨갛게 부은 언니가 말했다

  어디 가는데? 대체 왜 이러냐고?

  눈이 내리고 있었다

  미끄러운 도로에 백합 같은 짐승이 죽어있었다

 

  유턴하지 않으면 시간의 빙판 너머 가는 수가 있다

  최소한은 천천히 멈추거나

  내가 아는 한에서는 그렇다

  새는 울지 않고 날아갔다

  우리는 큰 하수구가 있는 갓길에 앉아

  나는 하늘을 보고 바닥은 언니가 보았다

 

  저기 시체가 있어, 언니가 하수구 아래를 가리켰다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서 비춰보았다

  놀란 눈으로 검은 웅덩이를 보았다

  우리는 반 토막 시신도 목격할 수 없었고

  진흙더미에 고인 폐수도 달빛처럼 마를 것을 알았다

 

  나는 차를 몰고 오며 이천만 원을 고민했고

  라디오 주파수를 못 잡는 언니를 한심하게 생각했다

  백단향 파는 데를 아니?

  그게 뭔데? 뭐에 쓰려고?

  사소한 얘기로 시작했지만 사회 문제로 흘렀고

  별 생각 없이 펼쳤는데 모든 페이지가 끔찍한 스토리였다

 

  나는 기억하지 않는다

  급하게 멈출 거면서 발끝까지 뿌려지던 눈발과

  미세먼지처럼 스며들던 기분 나쁜 음악이나 말하지 않는 공포

  그러나 울고  난 이후의 표정이 좋았다

 

  새하얀 코트 자락으로 얼굴을 감싸고 그녀가 잠들었다

  깃털 속에 부리를 처박은 닭처럼

  내 우정이 날개처럼 퇴화하여서 날아오르게 할 수는 없지만 마른 목을 감쌀

수는 있겠지

  바닐라 색 우주선을 탔다고 상상했다

  우주선이라도 내가 몰아야 했고 그것은 이미 내 혀에 생겼다   

    -전문-

 

  *Littor 릿터』2016. 8-9월(창간)호 <시>에서

  * 김이듬/ 2001년 『포에지』로 등단, 시집『별 모양의 얼룩』『히스테리아』외. 장편소설『블러드 시스터즈』. 산문집 『모든 국적의 친구』『디어 슬로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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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ttor는 명사 Literature(문학)와 접미사 -tor(-하는 사람)을 합한 말이다.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사전에는 없지만 많은 이들의 책장 어느 곳에 등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기에서 책등을 보이며 서 있다가 어느 날 다시 뽑혀 나와 이런 일이 있었군, 이런 작품을 읽었지, 생각하게 하는 문학잡지였으면 좋겠다. <Editor’s Note(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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