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공친 날/ 김길자

검지 정숙자 2016. 10. 6. 20:33

 

 

    공친 날

 

    김길자

 

 

  대추나무 가지에

  끈적끈적한 그물을 펴놓았다

 

  곤두세운 촉각은

  하루살이가 걸릴까

  왕파리가 걸릴까

  아니, 고추잠자리가

  파란 하늘을 데리고 오다 걸릴지도 몰라

  하루 종일 죽은 듯

  8개 레이더로 감시해도

  어쩌다 구름다리처럼 출렁거릴 뿐

  고추잠자리는 고사하고

  하루살이 한 마리도 걸리지 않는다

  오늘의 성찬을 떠올리며 설레다가

  가슴 조이다

  바람마저 슬며시 빠져나간다

  왕거미에게 이런 날 있듯

 

  시인이 시 한 줄 못 쓰는

  공치는 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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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年刊『김제문학』2016_ 22호 (1970.11.6.창간) <part―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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