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우표/ 이상묵

검지 정숙자 2016. 10. 5. 13:42

 

 

    우표

 

   이상묵

 

 

  희귀 우표가 있다는 거였다

  그는 무엇이라도 주고 싶어 했다

  정리하고 버릴 때라

  우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물건이라

  무게나 크기나 문제 되지 않는데도 난 사양했다

 

  가족들만 치르는 안장식

  아직 피어 있는 색색의 코스모스

  털썩 오체투지로

  아들이 유골 단지를 내려놓는다

  고인은 1주일 전서부터 곡기를 끊었다고 한다 

  그의 마지막 선물은

  멀리서 가족들이 두 번 오는 걸 막는 것이었을까

 

  저만치서 코스모스가 고개를 젓는다

  나비 한 마리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바람에 밀리면서도 옮겨 앉는다

 

  무게도 크기도 없는 저 나비

  고인이 주고 싶어 했던

  그리고 내가 받지 않았던

  우표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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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식』2016-가을호 <해외 작가 신작시>에서

  * 이상묵/ 1963년 서울공대 졸업, 1969년 캐나다로 이주, 1988년 『문학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링컨 生家에서』『백두산 들쭉밭에서』. 2008 여행 칼럼집『아는 만큼 더 보이는 유럽여행, 런던에서 이스탄불까지 지(知)적 로드맵』. 시전집『링컨 생가와 백두산 들쭉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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