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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용어 속에 아동문학을 명시해야 한다/ 최균희

검지 정숙자 2016. 9. 26. 19:19

 

『한국문학인』2016-가을호, 이 계절의 쟁점_아동문학

 

    

    '문학' 용어 속에 아동문학을 명시해야 한다

 

     최균희

 

 

  뒤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문학진흥법이 국회에서 도종환 의원의 발의로 제정되고 시행된다 하니 문학가들에게는 매우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법률 제13961호. 2016. 2. 3. 제정, 2016. 8. 4. 시행 예정).

  그러나 문학진흥법 제2조 제1항의 <'문학'이란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작품으로써 시, 소설, 희곡, 수필, 평론 등을 말한다.>로 용어를 정의함에 있어 아돔문학 장르가 빠진 것은 매우 안타깝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이는 아동문학 작품 중, 동시는 시에, 동화는 소설에, 동극은 희곡에, 아동문학평론은 평론에 모두 포함되어 있으니 아동문학이 빠져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모순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런 사람은 스스로 문학에 대한 무식의 소치를 드러낸 것이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다.

  엄연히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에서 이미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인간이 태어나서 제일 먼저 영향을 받고 자라는 아동문학을 타 문학 장르에 두루뭉술하게 포함시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문학진흥법을 논하기 전에 우선 우리 사회를 한번 돌아보아야 한다. 요즈음 매스컴을 통한 뉴스거리 중에서 절도 및 강도, 사기, 살인 등 상식과 윤리 도덕에서 벗어난 행위들을 너무  많이 접하게 된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집단 폭력은 물론이고, 부모 자식 간에도 학대하고 죽이는 일까지 '인간으로써 어찌 저럴 수가 있을까?' 하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전해진다. 이는 누구를 탓하기 전에 어렸을 때부터 인성교육과 사회화 교육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데서 오는 결과다.

  인간의 인격 형성은 인생의 첫머리인 아동기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으며, 어린 시절에 동요를 부르고, 동시와 동화를 읽을 수 있는 분위기에서 온전하게 자란 사람들은 그러한 비행을 함부로 저지르지는 못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어렸을 때부터 길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동문학은 성인문학 이상으로 중대한 가치와 무거운 사명과 임무를 가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동문학은 감동에 의해 아름다움과 사랑을 깨닫게 되고, 바른 인간성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식 등 상호 영향을 주어 지성으로 하기 어려운 높고 깊은 인생 도덕의 길을 알게 해 준다.

  국내의 모든 문화예술 분야에서 제일 늦게 거론되고 있는 문학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문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아동문학을 넣어 놓지도  않았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대표 문학잡지인 『월간문학』이나 『펜문학』의 주소란에 실려 있는 아동문학인들의 수는 시와 수필 다음으로 많다. 또한 현재 존재하고 있는 아동문학 단체들이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는지 관심이라도 가져봤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 근 · 현대문학의 근간이 되는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바로 청소년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아동문학 작품임을 부인할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가 실린 월간잡지 『소년』(1908~1914)의 머리말 가운데 '우리 대한으로 하여금 소년의 나라로 하라'는 글귀가 실려 있으며, 이때부터 소년문학, 아동문학이란 말이 쓰인 것이다. 또한 1923년 『어린이』잡지를 무대로 새로운 동요 동화가 싹트기 시작한 것도 주목해야 할 것이며, 춘원 이광수 또한 아동문학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육당이 발간하던 『새별』을 편집하며, 문예란을 충실히 운영한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학의 미공간을 확보한 마해송을 거쳐 어린이날을 제정한 방정환은 아동이 어른의 소유가 아니라 독립된 인격으로서 육체적, 정신적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강소천, 김요섭, 이주훈, 이원수, 김영일, 박홍근, 이재철, 박경종, 윤극영, 윤석중, 박화목, 이오덕 등으로 이어진 우리 한국아동문학사는 일제치하에서도 붓을 꺾지 아니하고, 그 맥을 굳건히 유지해 왔는데 아동문학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발전되어야 함은 당연한 이치다.

  세계적인 안목으로 볼 때도 중국, 일본 등 동양에서 전해지는 설화나 전설에 뿌리를 둔 아동문학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유럽 여러 나라의 아동문학 작품과 아동문학가들도 수없이 많다. <이솝 이야기> <로빈후드> <그리스 신화> <아라비안 나이트>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출판된 작품들과 그림형제나 안데르센, 버넷, 생텍쥐페리의 동화들은 세계 각지에 스며들어 어린이들의 인성교육과 상상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영국의 존 뉴베리는 어린이를 위한 도서출판 및 보급에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 이름은 미국의 아동문학상의 명칭이 되어 지금도 시상되고 있으니, 이 또한 선진국들이 얼마나 아동문학을 옹호하고 존중하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유아에서부터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아동문학은 작품에 쓰이는 언어 하나하나를 다듬고 걸러내며 그들의 수준과 눈높이에 맞는 문학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아동문학의 필요성을 더 이상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새싹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아동문학이 존재하지 않는 땅에서는 제대로 된 성인문학 작품 또한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문학인들의 문학 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고, 문학 창작 및 향유와 관련한 국민의 활동을 증진함으로써 문학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문학진흥법이 시행된다는 소식에 반가움보다는 문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아동문학이 빠져 있다는 소식에 실망감과 이 충격을 하루 빨리 해소시켜야 할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문학진흥법 제2조 제1항에 아동문학 장르가 확실하게 문학 용어 속에 명시되어야 하고, 문학진흥정책위원회 구성에서도 아동문학인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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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문학인』2016-가을호 <이 계절의 쟁점/ 아동문학> 전문

 * 최균희/ 1975년《조선일보》신춘문예 동화 당선, 동화집『아기참새』『동전 한 닢의 편지』등, 한국문학예술상, 한국아동문학창작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