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
이게 누구의 숲인지 알 것도 같다.
그러나 그의 집은 마을 안에 있어;
내가 여기 멈추어 눈으로 덮여가는
숲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지 못하리.
내 작은 망아지는 틀림없이 이상하게 생각했으리
일 년 중 가장 캄캄한 저녁에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의 주변에
농가도 없는데 멈추어 있는 것을.
그는 말방울을 한 번 흔든다
뭐 잘못된 것이라도 있느냐는 듯.
유일하게 들리는 다른 소리는 부드럽게
바람 스치는 소리 눈송이 날리는 소리.
숲은 아름답고, 검고, 깊다.
하지만 내겐 지켜야 할 약속이 있지,
그리고 잠들기 전 수 마일을 가야만 한다,
잠들기 전 수 마일을 가야만 한다.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전문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To watch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전문
뉴햄프셔에 '데리'라는 농장을 경영하면서 한편으로는 교편을 잡았던 그는 그 농장생활을 근거로 하여 생활시를 썼는데 이것이 그 당시로는 시단의 반역이었다. 당시 서구 시단을 풍미하던 것이 엘리엇과 파운드 류의 문명비판시였었고 그것은 동서의 고전에 엄청난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당시 시인들은 『황무지』(The Wiste Land)에 인용된 그 수많은 인용과 해박함에 감탄했었다. 파운드나 엘리엇은 시인이면서 또 엄청난 독서가요 학자였다. 프로스트는 도저히 그들의 흉내를 낼 수 없었고 또 그쪽으로 승부를 낼 수 없음을 진작 알았다. 그리하여 그는 일찍부터 자신의 농장에 숨어들어 거기서 느껴지는 생활인으로서의 작은 기쁨들을 시화했던 것이다. 그러나 처음 프로스트가 시인으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은 힘들었다. 고향에서 도저히 인정을 받지 못하자 그는 살림을 모두 정리하여 영국으로 건너갔었다. 거기서 첫 시집을 내고 약간의 인정을 받자 귀국하여 서서히 이름을 얻으며 마침내 네 번의 퓰리처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오늘날 프로스트의 시에 대해서 아무도 토를 다는 이는 없지만 처음 그가 시인으로 데뷔하는 데는 지난한 과정이 있었던 것이다. 프로스트의 엘리엇에 관한 질투에 가까운 경쟁의식은 재미있다. 자신이 도저히 엘리엇 류의 시를 쓸 수 없음을 알고 있었던 프로스트는 엘리엇이 거시적, 우주적으로 나아가는 데 반발하여 자신의 작은 농장과 작은 일들에 신경질적으로 몰입하였던 것이다. (p_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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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영웅의 시대를 노래함『20세기 영미시인 순례』2016.2.29. <도서출판 동인> 펴냄
* 신원철/ 고려대 대학원 영문학과에서 현대영미시 공부(김종길 교수 지도), 시인, 강원대 영어과 교수, 한국동서비교문학회 회장, 저서『현대미국시인 7인의 시』,『역동하는 시』, 시집『나무의 손끝』『노천탁자의 기억』『닥터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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