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동새
김소월(1902~1934, 32세)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던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잊어 차마 못잊어
야삼경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산 저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전문-
▶ 시공을 초월한 민족정서의 원형 창조와 발현_素月 金廷湜의 시세계(발췌) : 김관식
이 시는 민담을 시화한 작품으로 소월이 어렸을 때 숙모 계영희(桂永熙)가 들려준 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평안도 박천땅 진두강가에 살았던 오누이의 슬픈 이야기로 큰 누나가 출가를 앞두고 계모에게 억울한 죽음을 당해 원혼이 접동새가 되어 남은 동생들을 못 잊어 밤이면 이산저산 옮겨다니며 구슬피 운다는 내용이다.
1연은 접동새 울음 소리를 객관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2~5연은 1연을 떠받치는 의미론적 단락을 이룬다. 그러므로 이 시의 민담적 요소와 의미는 2-5연에서 제시된다. 특히 4연에서 "누나라고 불러보랴/ 오오 불설워"라고 화자의 주관적 정서가 개입되어 '누나'가 '접동새'로 변주되는 의미의 확장을 가져온다. 이 부분에 전실 자식들과 후실 간의 대립적 갈등과 선악관이 드러나고 결국은 비극적 운명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한(恨)의 맺힘을 보여준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어린 아홉 동생을 거느린 큰 누나는 어머니 역할을 대신해야만 했지만 계모는 표독스러워 전실 자식들은 몹시 학대한다. 마침내 계모의 학대와 간계에서 못 벗어난 큰 누나는 죽임을 당한다.
이 시에서는 특히 소월의 향토적 언어 감각이 두드러진다. '아우래비'는 '아홉 오라비'의 의미와 접동새의 울음을 의성적으로 환기시키고 있고, '불설워', '오랩동생' 같은 방언은 향토적 정서를 환기시킨다. 진두강(津頭江) 역시 향토적 공간성을 형성하는데 그 핵심은 정서의 보편적 표출이라 할 수 있다. '진두'는 '나루'의 보통명사임을 볼 때 그렇다. 소월은 태어나서 자란 고향을 떠나 산 적이 없다. 그처럼 이 시에서도 향토적 자연과 정서, 농촌의 소박한 인정 풍속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우리 민족의 보편적 정서라 할 수 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 시는 아름다운 설화를 통해 우리 민족의 가슴 속에 면면이 이어져 내려오는 한의 정서의 원형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과 삶과 죽음을 초월한 영혼의 순환성과 미분화된 원시성의 양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설화를 수용하고 인유하여 재구성함으로써 문학의 전통성을 전승하고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개성적인 율격과 리듬의 민요시라는 형식에 민족의 원초적인 정서를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도출해낼 수 있다. 이와 같이 「접동새」는 민담적이고 향토적인 세계와 시인이 살았던 당대의 시대적 상황을 조응하며 융합시킴으로서 영원성을 구가하는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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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문학』2016-여름호 <김소월론>에서
* 김관식/ 1976년《전남일보》신춘문예로 문학평론 입상, 1979년『아동문예』동시 천료, 1998년『자유문학』으로 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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