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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이해와 모방이론/ 양해림

검지 정숙자 2016. 6. 6. 21:40

 

 

인지과학에서 바라본 깨달음_ 발췌 

 

 

    마음의 이해와 모방이론

 

    양해림

 

 

  현대 인지과학에서 마음이라는 실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음이라 부르는 것은 단지 몸이나 뇌의 기능에 불과하다. 마음이 실제 대상이 아니라 그런 대상의 기능으로 흘러가고 있다. 즉 현대 인지과학이나 신경과학의 주도적 흐름은 물리주의, 기능주의, 제거주의들을 통해 이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이영의 <논리 중심적 철학 치료적 성격>『범한철학』제65집, 밤한철학회, 2012, p.149)따라서 현대 인지과학에서 인간의 마음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첫째, 마음은 역사적 오해와 무관하게 사고 내지 인지의 영역만을 지칭하는 데 사용된다. 둘째, 마음은 역사적 오해에서 연유된 의미를 지닌다. 이 경우 마음은 감정적, 정서적 측면을 지닌다(김영정『심리철학과 인지과학』철학과 현실사, 1996.). 이렇게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마음은 인지, 감동, 동기의 3대 요소가 서로 뒤섞여 있는 것으로서 인식되어 왔다. 이 세 가지의 요소는 한 마음의 기능을 보여주는 다른 측면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서로 뚜렷이 구별되는 별개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마음이 이러한 정신과 연관되었다는 인식은 거의 사라졌다. 행동주의자들이 득세하면서 심리학은 이러한 세 부분의 요소를 논쟁거리로 삼으면서 마음 전체를 무시했다. 21세기 인지혁명이 심리학에 다시 마음을 불러들였지만, 생각이나 인지 과정들만 강조되고 감정과 동기는 여전히 무시되었다. 우리가 왜 특정한 대상들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기억하며, 생각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조지프 르두, 강봉균 옮김『시냅스와 자아』동녘사이언스, 2011,p.293.). 마음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두 가지의 문제는 '우리에게 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리고 '우리에게 의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라는 물음이다.

  현대사회에 인지과학이 출현하면서 지능의 비밀을 보다 상세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인지과학이 여전히 추상적인 분석의 지식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첫 번째 질문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의식 혹은 감각력은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예컨대 치통, 빨강, 짠맛, 음계와 같은 1차 감각은 여전히 베일에 싸인 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스티븐 핑커, 김한영 옮김『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동녘사이언스, 2010, 106-p.107.). 우리가 다른 사람의 감정 상태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다른 사람의 감정 상태를 어떻게 의식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또한 의식의 감정 상태는 저절로 느껴지는 것일까? 이와 같은 물음들에 대해 답변을 이끌어내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다. 뇌과학자 가자니가(Michael Gazzaniga)는 마음을 읽는 이론에서 마음의 정신적 · 감정적 상태를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측면에서 파악한다.

  첫째, 마음은 모방이론(simulation thepry)에서 나온다. 마음은 의도적이며 자발적으로 다른 사람의 심정 상태를 자기 마음속으로 재현해 보는 방식으로서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추론해 낸다(마이클 가자니가, 박인균 옮김『왜 인간인가?』추수밭, 2009, p.212). 모방이론의 근원지는 철학자 딜타이(Wilhelm Dilthey, 1833~1910)의 감정이입을 통한 이해이론에서 발견할 수 있다. 즉 딜타이의 이해이론은 사회과학과 상식 사이에 놓여 있는 이해를 방어했다. 즉 모방이론은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의 입장에 놓고 그 사람의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지를 헤아려 낸다. 그렇게 하여 모방이론은 타자가 처한 상황에 대해 공감하거나 사상적 투사(投射)를 하거나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대체로 심리학자들이 어떠한 역할놀이나 '입장 바꾸기'의 용어를 사용하여 모방이론을 표현하곤 한다(A. I. 골드면, 석봉래 옮김『철학과 인지과학』서광사, 1998, p.113.). 먼저 우리가 자료들을 갖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모방이론은 행동을 판단하기 위해 이론이나 지시체, 혹은 규칙들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방이론은 '우리 자신의 마음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도 조작 가능한 모형'으로 간주한다.

  둘째, 마음은 이론 - 이론(theory - theory)을 정립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한 개인이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간에 자신만의 심리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과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같이 있는지, 과거는 어떠했는지 등의 다양한 물음을 통해 그 사람의 정신 상태를 추측하는 이론이다(마이클 가자니가, 앞의 책, p.212). 이는 인간의 행동 이해에 필요한 정신적 개념들을 설명하는 데에서 통속 심리학의 이론을 적용한다. 통속 심리학은 타인의 행동을 판단하는 데 사용하는 규칙이다. 여기서 통속 심리학은 우리가 지식을 갖고 태어났는가, 아니면 우리가 지식을 어떻게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다 (마이클 가자니가, 김효은 옮김『윤리적 뇌』바다출판사, 2009, pp.224-225).

  이 두 이론에서 마음의 이론은 개인의 의지에 근거하여 다른 사람에 대한 감정 상태를 실제로 평가하고 결정한다. 특히 지금까지 두 이론은 인지과학의 정보처리를 중요하게 여겼다. 정보처리는 수학과 물리학을 비롯하여 언어학, 인류학 그 밖의 수많은 인문 · 사회 · 자연과학 연구자들에 의해 채택되어 왔다(조지프 르두, 강봉균 옮김『시냅스와 자아』동녘사이언스, 2011, p.52). 이러한 인지과학의 정보처리는 마음과 마음작용의 하위 양태인 지능과 연관되어 있다. 이는 인간을 일종의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보고자 하는 데서 기인한다. 이러한 정보처리 시스템은 컴퓨터의 발전, 특히 인공지능의 발전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어떤 문제를 추론하여 해결하는데 인지프로세스 연구방법론의 정보처리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 이렇게 정보처리 시스템은 그동안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해명하기 위한 학제적 접근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인지과학은 다음과 같이 새로운 마음의 과학이라 불리게 되었다.

  첫째, 인간의 인지(판단, 추론, 기억, 문제해결 등에서의 심적 갈등)는 기본적으로 기호를 처리하는 과정이다.

  둘째, 인지과정에서 처리되는 기호는 컴퓨터의 기계 내부에서 처리하는 기호와 같다.

  셋째, 인지 과정은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은 계열적인 기호 처리가 이루어진다.

  넷째, 정보처리 과정은 적은 양의 정보를 일시적으로 보유하는 단기기억 시스템과 거대한 지식의 대부분을 영구적으로 보유하는 장기기억 시스템을 갖고 있다.

  다섯째, 정보처리 과정은 정보처리의 효율성을 보다 높여서 정보처리 부하(예: 단기기억에서의 정보보유율)를 경감시키기 위해 휴리스틱(heuristic) 방법(인간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상의 수단을 선택한다고 보았다. 사이먼은 이것을 휴리스틱 개념이라 표현했다.)을 취한다. 즉 정보처리 과정은 대부분 가장 근접한 최선의 답변을 효과적으로 얻기 위해 최소한의 규칙을 정해 구성한다(사에키 유타카『인지과학혁명』에어콘, 2010, pp.196-197). 인지과학은 정보처리 과정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문학 텍스트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문학은 인간 사고의 집약적 결과물이기 때문에 문학 텍스트를 통한 인지 과정의 탐색이야말로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인지과학이 전통문학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인지 문학적 탐구결과를 융합하는 과정을 통해 문학적 소통의 장을 여는 데 중심축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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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평론』2016-여름호 <특집 / 깨달음에 관한 여덟 가지 담론>에서

 * 양해림/ 충남대 철학과 교수. 강원대 철학과, 동 대학원 철학과 졸업.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교(Humboldt) 철학박사. 주요 논문으로 <4 · 16 세월호 참사와 신자유주의 그리고 국가> <지구적 기후변화와 탈핵의 정치> <세계시민주의와 세계시민> <니체의 권력이론> 등이 있고, 저서로 『해석학적 이해와 인지과학』『대학생을 위한 서양철학사』등이 있다. 현 한국니체학회 회장, 충남대 인문과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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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고

 【인지과학에서 바라본 깨달음】전체 내용

  1. 인지과학에서 마음의 지적 이해(p.94-97)

  2. 마음의 이해와 모방이론(p.97-101)

  3. 거울뉴런과 공감(p.101-108)

  4. 인지과학의 지적 이해와 불교의 깨달음(p.108-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