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야생화 지도가 바뀌고 있다
박정자
20여 년 전부터
새벽이면 오르내리고 있는 앞산(송라산)에
야생화 지도가 바뀌고 있다.
그것도 점점 빠른 속도로.
용담꽃 삼지구엽초 타래난초꽃 할미꽃 솜나물
꽃 피던 풀밭엔 아파트가,
은방울꽃 앵초꽃 산자고꽃 큰꽃으아리꽃 피던
산기슭엔 전원주택이 들어섰는가 하면,
투구꽃 초롱꽃 홀아비꽃대꽃 꽃향유꽃 피던 계
곡 언저리에선 지금은 이런 꽃들을 만날 수 없고,
양지꽃 제비꽃 민들레꽃 물레나물꽃 익모초꽃
피던 등산로 주변엔 엉뚱하게도 낯선 돼지풀이 점
령군처럼 나타나서 반갑지 않은 노란 꽃가루 날리
며 이들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봄은 또 오고 있는데
이번엔 무엇이 또 어떻게 변할지 불안불안하다.
지금도 그곳에 가면
전에 그 꽃들이
처연히 날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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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꽃 사진 시집『꽃탑 6』/ 2016. 5. 10. <月刊文學 출판부> 펴냄
* 박정자/ 충북 영동 출생, 1994년『한맥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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