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후기>
편집 후기/『시로여는세상』2016-여름호
* 시 전문 잡지를 꾸리다 보니 어떤 형태로든 시인들과 소통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시인 한 명을 상대하는 일이 일반인들 천 명을 대하는 것 이상의 혼란스러움을 느낄 때도 있다. 그들은 예민하고, 자존감이 강하고, 지나치게 무엇하고, 무엇하며… 그리고 그들의 시처럼 독특하다. 그들과 함께 피곤하기도 하지만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모두가 특별한 사람들이다.
* 신인상 응모와 시집 투고가 속속 들어온다. 그들의 작품을 잘 들지도 않는 칼로 재단하듯 자르는 일이 괴롭다. 누구에겐가는 커다란 상처를 주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 이런 일들은 유명한 코미디언에게 맡기면 재미있을 것 같다. 웃기는 일이지만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위안으로 삼는다. 그분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 요즘 뉴스를 보기가 겁난다. 속된 말로 '암 유발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뉴스를 도배하기 시작한다. 머리가 가렵고 어지럽다. 이런 미친 시대에 무슨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자문해본다. 어쩌다 소개받는 일반인들에게 시를 쓴다고 하면, 고려청자를 굽고 있는 사람처럼 바라본다. 고려청자는 필요한 그릇이지만 거기에 라면을 끓여 먹을 수는 없다. 고려청자가 무기력해진다.
* 좋은 시와 좋은 시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좋은 시는 시인이 쓰는 시이고, 좋은 시인은 좋은 시를 쓰는 사람? 좋은 시는 없다. 좋은 시보다는 이상한 시가 좋다. 처음엔 낯설다고 거부하다가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 폰을 쓰고 있지 않은가? 시는 한목소리를 내지 않는 지점에 홀로 존재한다는 생각. 이런 생각도 편견의 일종이다.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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