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

검지 정숙자 2016. 4. 15. 22:21

 

<볕드는 창가에서 책을 읽다>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1896~1932)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으로 욕심도 없이

  결코 화내지 않으며 늘 조용히 웃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제 잇속을 따지지 않고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초가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가서 돌보아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볏단 지어 날라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 말하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별거 아니니까 그만 두라 말하고

  가뭄 들면 눈물 흘리고 냉해 든 여름이면 허둥대며 걷고

  모두에게 멍청이라 불리는

  칭찬도 듣지 않고 미움도 받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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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년어(百年魚)』 2016-3. (제25호)

  *야자와 겐지/ 일본의 시인, 동화작가. 과학자, 농촌운동가, 신앙인. 37세에 폐렴으로 생애를 마감. 시집 『봄과 아수라』(제1집~3집)이 있으며 그 외 많은 시를 남김. 동화집『주문이 많은 요리집』『북극쥐의 모피』『똘배』『구스코도부리 전기』『요카타의 별』『은하철도의 밤』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