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희망값

검지 정숙자 2011. 1. 12. 00:30

 

  희망값

 

  정숙자

                                                           

 

(모든 지불은 비스킷으로…)


(사랑하는 비스킷, 오래도록 사귀어온 비스킷)


그것은 꿈에 대한 대가이니!

바람만으로 띄울 수 있는 게 꿈이라고 여기지 마라

뜨겁게 바삭하게 고소하게 구워진 고독, 고뇌, 고전을 지불해야만 얻어지는 

백화점에서는 골라올 수 없는

신의 상품

세일은 없다

어떤 꿈도 명품이거늘

똑같은 유형의 흑백은 내놓지 않아

어찌 비싸지 않으랴

오로지 하나뿐인 너와 나의 우리 모두의 꿈은 진열된 그대로 명품

신의 가게에 기획 상품이란 없다 ∴싼 값이란 없다

풀 한 포기 구름 한 송이도 고유디자인을 풀어나간다

모든 이의 고통은 제각기 붉은 비스킷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불길을 요구하는 오븐에 후렴을 집어넣노라

이빨 삶겨지는 고통을 즐겨 겪노니

나는 지금 내 꿈에 적힌 대금의 비스킷을 갚는 중이다

보라, 후세여


내가 죽고 난 뒤

내가 치른 비스킷이 무엇이었는지를

그것이 얼마나 진지하고 유쾌한 무지개였던가를

죽음으로써만이 완납 증명된 내 꿈의 상자를

열어보라, 후세여

그대의 비스킷은 어느 하늘로 날아가는가?


*『다층』2010-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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