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후 해피니스 증후군
정숙자
불행이 빠져나가자 행복만이 남았다
잠깐의 햇빛 그냥 놔두면 되는 일이었다
스스로 공들여 살고 멀리 있는 것
너무 아득한 것 바라지 않음이
더! 더! 더! 바라지 않음이
여유이며 자유이며 유유이며
그 여여가 다행의 본적이었던 것이다
죽도록 괴롭거나 슬펐던 밤은
이미 소유한 것에 대한 값어치
헤아리지 못했던 것뿐이었다
삶은, 삶 자체만으로 화뢰(花蕾)라는 걸
감촉하지 못했던 것뿐이었다
행복이란 행복하다는 느낌과 여김에 있다
지나갔거나 다가올 한때가 아닌
바로 지금 ‘이 행복’ 속에 ‘그 행복’이 산다
*『다시올문학』2010-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