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아침
정숙자
너무 자주 너무 오래 고통을 노래했습니다
허다한 기쁨 외면한 채 굳이 고통만을 쓰다듬었습니다
기쁨을 굴리기보다 괴로움을 깎는 편이 더 가치일 거라고
고뇌와 인내를 헤아리는 게 진정 노래일 거라고
줄곧 심장을 꼬집었습니다
이제 인생을 세상을 구름을 노래해야겠습니다
설령 이것이 여문 노래가 아니어도 무게가 달릴지라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소박한 기쁨을 노래하는 데는
덩치 큰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엉뚱한 말씀 동원하지 않아도
꼬부리고 밤새우지 않아도
발 앞에 난 길 조촐히 따라가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 많은 사람을 알지 못해도 굳이 뭔가가 되지 않아도
높이 날거나 멀리 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제바닥에서 푸르게 맑게 하늘 솟은 나무들이
시시각각 보여주고 들려줍니다
직립, 그 하나로도 행운이 깊었거니 노래합니다
*『시와 경계』2010-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