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돌아온 아침

검지 정숙자 2010. 11. 10. 00:57

 

   돌아온 아침

   

     정숙자

                                                 


 너무 자주 너무 오래 고통을 노래했습니다

 허다한 기쁨 외면한 채 굳이 고통만을 쓰다듬었습니다

 기쁨을 굴리기보다 괴로움을 깎는 편이 더 가치일 거라고

 고뇌와 인내를 헤아리는 게 진정 노래일 거라고

 줄곧 심장을 꼬집었습니다


 이제 인생을 세상을 구름을 노래해야겠습니다

 설령 이것이 여문 노래가 아니어도 무게가 달릴지라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소박한 기쁨을 노래하는 데는

 덩치 큰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엉뚱한 말씀 동원하지 않아도

 꼬부리고 밤새우지 않아도

 발 앞에 난 길 조촐히 따라가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 많은 사람을 알지 못해도 굳이 뭔가가 되지 않아도

 높이 날거나 멀리 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제바닥에서 푸르게 맑게 하늘 솟은 나무들이

 시시각각 보여주고 들려줍니다

 직립, 그 하나로도 행운이 깊었거니 노래합니다 

 

  *『시와 경계』2010-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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