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씨와 함께 하는 11월 저녁
정채원
너와 악수하면 석고로 만든 손가락 하나
뚝 부러져 나온다
포옹할 땐 지푸라기 어깨
부실부실 짚 먼지가 떨어져 나오고
목덜미엔 칼이 꽂혀 있다
쇳조각을 이어붙인 심장은
나의 체온에 따라 뜨거웠다 식었다 한다
멀리서 보면 너의 표정은 대체로 온화하다
잘 다려진 양복을 입고
이따금 고급 모자도 썼다 벗었다 한다
오늘은 어떤 코를 붙이고 서 있을까
쇼윈도를 들여다보며
더 슬퍼 보이는 한쪽 눈을 닦아 끼곤 하겠지
처진 왼쪽 입술을 당겨 올리면서
내 목덜미에 꽂힌 칼끝이 삐죽이 나와
내 이마를 찌른다
피 흘리며 몰두하는 포옹 속에
피가 빠져나가는 만큼 나도 지푸라기 몸이 된다
젖은 눈을 얼른 빼서 주머니에 넣는다
*《서정시학》2010-겨울호, 신작시
* 정채원/ 서울 출생, 1996년《문학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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