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어떻씨와 함께 하는 11월 저녁/ 정채원

검지 정숙자 2011. 1. 7. 02:54

 

  어떻씨와 함께 하는 11월 저녁


    정채원



  너와 악수하면 석고로 만든 손가락 하나

  뚝 부러져 나온다


  포옹할 땐 지푸라기 어깨

  부실부실 짚 먼지가 떨어져 나오고

  목덜미엔 칼이 꽂혀 있다

  쇳조각을 이어붙인 심장은

  나의 체온에 따라 뜨거웠다 식었다 한다


  멀리서 보면 너의 표정은 대체로 온화하다

  잘 다려진 양복을 입고

  이따금 고급 모자도 썼다 벗었다 한다


  오늘은 어떤 코를 붙이고 서 있을까

  쇼윈도를 들여다보며

  더 슬퍼 보이는 한쪽 눈을 닦아 끼곤 하겠지

  처진 왼쪽 입술을 당겨 올리면서

  내 목덜미에 꽂힌 칼끝이 삐죽이 나와

  내 이마를 찌른다

  피 흘리며 몰두하는 포옹 속에

  피가 빠져나가는 만큼 나도 지푸라기 몸이 된다

  젖은 눈을 얼른 빼서 주머니에 넣는다



  *《서정시학》2010-겨울호, 신작시

  * 정채원/ 서울 출생, 1996년《문학사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