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밖에는 비가 오나요/ 정채원

검지 정숙자 2011. 1. 7. 02:51

 

  밖에는 비가 오나요


   정채원



  누가 보낸 꽃일까

  무슨 일로 사람들 모여든 걸까

  내 영혼은 어리둥절 영안실 복도를 서성거리고

  밖에는 비가 오는지


  막 벌어지던 꽃망울이 떨어지고

  달려가던 트럭이 미끄러지고

  유리창이 화염병처럼 깨지기도 하겠지

  애인에게 갑작스레 이별을 통보 받은 남자가

  빈소의 편율접시를 뒤적거릴 때

  그가 나뿜는 담배연기가 허공 속에

  동그라미가 되었다가 표정들을 천천히 지울 때


  죽은 새의 부리처럼 검은 보랏빛

  땅속에 나는 백 년쯤 더 누워 있을 거야

  입술이 지워지고 귀에서 떡잎이 돋을 때

  밖에는 수만 번 비가 내리고

  어디선가 또 풋과일이 떨어지고

  새들은 내 가슴이 있던 자리를 종종거리겠지


  꽃바구니를 들고 지하계단을 막 오르려던

  물방울 원피스의 여인이 우산을 접는 행인에게 묻겠지

  밖에는 비가 오나요? 



  *《서정시학》2010-겨울호, 신작시

  * 정채원/ 서울 출생, 1996년《문학사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