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별
이창수
아버지가 뱀에 물렸다
가을 뱀독에 취한 아버지는 태연한 얼굴로
병원비 걱정만 하고 있었다
나도 뱀에게 물린 적이 있었다
뒷골 밭둑이 아니라
시내 백화점에서였다
자청해서 팔뚝까지 내밀었다
병원비보다 많은 지출을 기꺼이 감수했다
겨울이 문턱에 이르기 전에 뱀이 사라졌다
제대로 물렸다며 친구들은
이불 뒤집어 쓴 나를 놀려댔다
초저녁 하늘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구멍이 보였다
아버지는 취한 나를 보고 혀를 찼지만
나를 문 뱀의 꼬리가 사라진
설명하기 민망한 구멍에서 흘러온 빛을 보았다
*『미네르바』2015-12월호 <신작시>에서
* 이창수/ 2000년 『시안』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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