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채석강, 강물소리/ 정영숙

검지 정숙자 2015. 11. 30. 00:26

 

 

    『문학과창작』2015-겨울호 <2015년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수상작>

 

 

    채석강, 강물소리

 

    정영숙

 

 

  철끈으로 단단히 묶어 놓은

  절벽처럼 쌓여 있는 뼈의 책들

  그 책장 속 얘기들을 고스란히 안고 흐르는

  강물

 

  내 뼈이면서 너의 뼈였던

  철끈보다 더 강한 심(心)줄로

  서로를 받쳐 주던 시간의 연골들

  녹물 든 수만 평의 뻘을 가슴에 안고

  붉게 출렁이는 저녁 강물 소리 듣는다

 

  책장 속, 세상에 단 하나뿐인 둥근 기호들

  못 하나 박지 않고 짓던 절 한 채

  저 건너

  수천 수만 개 햇빛의 눈

  연꽃살문을 채색하던 당신의 명주빛 손길

 

  무명빛 허공에 죄 날려 보내고

  꽃잎 한 장으로 가벼이 강물 위에 떠내려가는 저녁

  몸이 없는 영혼들

  내소사 저녁 북소리되어 서녘 하늘에 번지는데

  지는 해에 채석강 물빛이 피처럼 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