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무중력상태로의 진입을 위한 밤들/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5. 9. 4. 22:54

 

 

    무중력상태로의 진입을 위한 밤들

 

     정숙자

 

 

  예민(銳敏)은 차원입니다

 

  걸핏 통증을 분산하지만 추스르고 나면 궤도가 되기

도 하죠

 

  싸락눈 들이치는 텅 빈 밤

  창가에 놓인 촛불을 보았습니다. 촛불은 새어 드는 바

람결 따라 (어쩔 수 없이) 흔들렸습니다. 조금씩 휘청거리

다가 긴장하다가 까무러치다가 문득 일어서기도 하더군

요. 그리고 그 무너짐은 날이 샐 때까지 반복되었습니다.

 

  촛불은 단독자였습니다

 

  제 안의 자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연해-연신 애끊었지만

 

  그는 기류를 사랑했습니다

  무엇이 들이치더라도눈금만큼이라도 덜 자극받는

촛불이 되려고무척이나 많은 밤을 축냈습니다. ‘예민’

은 미래의 개입입니다. ‘섣불리 흔들리지 말기를’ 간곡한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하지만 어디 그 일이 수월할까요?     

 

   예민은 층운입니다

 

   촛불은 차츰 현기증 넘은 빛으로 창가의 밤들을 지켜냅니다  

     -『가온문학2015-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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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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