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상태로의 진입을 위한 밤들
정숙자
예민(銳敏)은 차원입니다
걸핏 통증을 분산하지만 추스르고 나면 궤도가 되기
도 하죠
싸락눈 들이치는 텅 빈 밤
창가에 놓인 촛불을 보았습니다. 촛불은 새어 드는 바
람결 따라 (어쩔 수 없이) 흔들렸습니다. 조금씩 휘청거리
다가 긴장하다가 까무러치다가 문득 일어서기도 하더군
요. 그리고 그 무너짐은 날이 샐 때까지 반복되었습니다.
촛불은 단독자였습니다
제 안의 자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연해-연신 애끊었지만
그는 기류를 사랑했습니다
무엇이 들이치더라도… 눈금만큼이라도 덜 자극받는
촛불이 되려고… 무척이나 많은 밤을 축냈습니다. ‘예민’
은 미래의 개입입니다. ‘섣불리 흔들리지 말기를’ 간곡한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하지만 어디 그 일이 수월할까요?
예민은 층운입니다
촛불은 차츰 현기증 넘은 빛으로 창가의 밤들을 지켜냅니다
-『가온문학』2015-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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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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