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풍크툼, 풍크툼/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5. 10. 13. 01:04

 

 

    풍크툼, 풍크툼

 

    정숙자

 

 

끼익— 렌즈에 잡힌 빨간 운동화

갑작스런 스크래치에 지느러미가 긁혔다

 

더 이상 운동화이기를 거부하고

꽉 끼는 발목 벗어버리고

금붕어로 깨어난다

배경도 몽땅 스크래치 스쳤지, 만

샐비어 두 마리만이 살아 숨 쉰다

 

소녀야 소녀야

 

경쾌 발랄 순식간에 계단이 접힌다

지하철을 타고 폰을 열고 책을 읽고

쓰윽— 바다 밑 하늘도 점검

오고가고 밀리고 뒤섞이는 거리에서도

방향을 트는 감각은

산호 숲 총총 따 담은 촉각

 

소녀야소녀야

 

흐르는 건 계단이 골목이 그늘이

바람이 아니라 우리였구나

한 켤레 샐비어야 금빛 붕어야 열대우림

절대 무림을 그렇게만 날거라

환상도 앞지르는 소년, 소녀야 

  -『현대시』2015-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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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