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국면
정숙자
순간이 순간을 뺏어간다
순간순간이 아니라면 무엇이 과연
그것을 앗아갈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구르는 강
어쩔 수 없는,
우리는 모두 여럿의 눈을 가지고 있다. 날카로운 눈, 싱
거운 눈, 짚이지만 참는 눈, (그 외에도) 왼쪽으로 여민
눈, 정면 지향의 눈, 화살쯤 느긋이 뽑아내는 눈… 그 많
은 눈을 하나로 뭉치면 어쩔 수 없는 국면이 눈에 고인다.
벗어나야겠지
이 국면에서
둘, 또는 외떡잎식물이 시야를 연다. 반성의 잎눈 산발
적으로 움튼다. 지금은 늘 과거니까. 과거이면서 앞이니
까, 끊임없이 물결치니까. 어쩔 수 없는 눈… 어서어서 '수
습'을 발명해야지. 예측할 수 없는 4차선 도로 위
제 2국면은 노출된다
느닷없이 터진다
그것은 모순, 그것은 절정, 그것은 새로운 관계의 신호.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의 4차선 도로 위에는 날개 달린
사슴이 뛰어든다. 그러나 이미 그 사슴은 사슴이 아니다.
악마와 대면한다. 또, 또, 또 말려들 수밖에 없다.
이 국면 훼손하는 제2국면
어쩔 수 없는 눈
우리가 흐르는 강
-『예술가』2015-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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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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