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제2국면/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5. 12. 8. 19:04

 

   

    제2국면

 

     정숙자

 

 

   순간이 순간을 뺏어간다

   순간순간이 아니라면 무엇이 과연

   그것을 앗아갈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구르는 강

 

   어쩔 수 없는,

 

   우리는 모두 여럿의 눈을 가지고 있다. 날카로운 눈, 싱

거운 눈, 짚이지만 참는 눈, (그 외에도) 왼쪽으로 여민

눈, 정면 지향의 눈, 화살쯤 느긋이 뽑아내는 눈 그 많

은 눈을 하나로 뭉치면 어쩔 수 없는 국면이 눈에 고인다.

 

   벗어나야겠지

 

   이 국면에서

 

   둘, 또는 외떡잎식물이 시야를 연다. 반성의 잎눈 산발

적으로 움튼다. 지금은 늘 과거니까. 과거이면서 앞이니

까, 끊임없이 물결치니까. 어쩔 수 없는 눈 어서어서 '수

습'을 발명해야지. 예측할 수 없는 4차선 도로 위

 

   제 2국면은 노출된다

 

   느닷없이 터진다

 

   그것은 모순, 그것은 절정, 그것은 새로운 관계의 신호.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의 4차선 도로 위에는 날개 달린

사슴이 뛰어든다. 그러나 이미 그 사슴은 사슴이 아니다.

악마와 대면한다. 또, 또, 또 말려들 수밖에 없다.

 

   이 국면 훼손하는 제2국면

   어쩔 수 없는 눈

 

   우리가 흐르는 강

     -『예술가』2015-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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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