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아카시아/ 최서림

검지 정숙자 2015. 8. 31. 22:05

 

 

      아카시아

 

      최서림

 

 

  시인은 아카시아나무다.

  지킬 것이라곤 오로지 자존심 하나뿐인데

  늘 가시로 무장하고 있다.

  땔감으로도 환영받지 못하는 아카시아가

  나무로 인정받는 것은

  순전히 우윳빛 살결을 지닌 꽃 때문이리라.

  항아리 미인을 닮은 저 꽃 타래 때문이리라.

  나무에는 어울리지 않는 향기 때문에

  고작 며칠밖에 가지 않는 그 향기 때문에

  시인도 세상에서 붙어먹고 살 수 있지 않는가.

  다들 둥글게 살아가라고 대신 울어주다

  스스로는 모가 나버린 꺼칠꺼칠한 삶,

  아카시아 꿀은 마르지 않는 사랑처럼

  하늘 깊숙이 감춰져 있다.

  친구로 삼기엔 먼 나무다.

  애써 빙 둘러서 가고 싶은 나무다.

 

 

  *『시에』2015-가을호 <시에 시>에서

  * 최서림/ 경북 청도 출생, 1993년『현대시』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야일지/ 김명서  (0) 2015.09.01
적멸/ 오인태  (0) 2015.09.01
고래의 귀향/ 우대식  (0) 2015.08.31
그 후/ 조수림  (0) 2015.08.31
서윤후_ 리바이벌/ 시인 연습 : 박남철  (0) 2015.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