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최서림
시인은 아카시아나무다.
지킬 것이라곤 오로지 자존심 하나뿐인데
늘 가시로 무장하고 있다.
땔감으로도 환영받지 못하는 아카시아가
나무로 인정받는 것은
순전히 우윳빛 살결을 지닌 꽃 때문이리라.
항아리 미인을 닮은 저 꽃 타래 때문이리라.
나무에는 어울리지 않는 향기 때문에
고작 며칠밖에 가지 않는 그 향기 때문에
시인도 세상에서 붙어먹고 살 수 있지 않는가.
다들 둥글게 살아가라고 대신 울어주다
스스로는 모가 나버린 꺼칠꺼칠한 삶,
아카시아 꿀은 마르지 않는 사랑처럼
하늘 깊숙이 감춰져 있다.
친구로 삼기엔 먼 나무다.
애써 빙 둘러서 가고 싶은 나무다.
*『시에』2015-가을호 <시에 시>에서
* 최서림/ 경북 청도 출생, 1993년『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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