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귀향
우대식
2010년 어느 여름이던가
시인 함기석은 이런 시를 썼다
백 년 후에 없는 것들(여러 시인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었다)
오늘 겨울날의 저문 상갓집에 앉아있다
고 박남철 시인
함기석의 예언이 너무 일찍 실현되었다
눈이 좀 더 내려야 하리
송이송이 이런 눈 말고 엉망진창의 진눈깨비
물속을 유영하던 한 마리 포유류가
뭍에서 한참 울다가 돌아갔다
타앙 타앙 물결을 거스르고 내리치던 오만한 꼬리를
가만히 내려놓았다
이마를 거쳐 콧등 그리고 목덜미로 흐르는 피
완강한 고래 한 마리가 홍해로 돌아갔다
끝내 고향 땅에
묻히고 말걸
그렇게 살고 말걸
이제 모두 안녕히
*『시에』2015-가을호 <시에 시>에서
* 우대식/ 강원도 원주 출생, 1999년『현대시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