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습지식물/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0. 12. 23. 01:53

 

 

     습지식물

 

    정숙자


 

  산을 찾는 구름

  오늘도

  카프카의 케이처럼 떠돈다


  
작은 배에 보름달 싣고

  신을 생각하던 타고르, 혹은

  국민학교 때 짝

  섭이 만큼은 심지 곧은 붓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거라곤

  뭉개진 하늘

  독수리가 긁어댄 조선 창호지


  
풀꽃과

  냇물을 따라

  한두 옹큼의 행복

  빚어 갖은 날


  
어느 틈에 뒤밟았는지

  높새바람

  호수 가득 잇자국 내며

  겨우 찾은 시선을 침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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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한국문연>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부용(김제군)에서 태어남.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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