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식물
정숙자
산을 찾는 구름
오늘도
카프카의 케이처럼 떠돈다
작은 배에 보름달 싣고
신을 생각하던 타고르, 혹은
국민학교 때 짝
섭이 만큼은 심지 곧은 붓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거라곤
뭉개진 하늘
독수리가 긁어댄 조선 창호지
풀꽃과
냇물을 따라
한두 옹큼의 행복
빚어 갖은 날
어느 틈에 뒤밟았는지
높새바람
호수 가득 잇자국 내며
겨우 찾은 시선을 침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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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한국문연>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부용(김제군)에서 태어남.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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