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최형태
비가 잦아들 기미는 없었다
차들의 질주하는 소리를 뚫고
비는 내렸다 빗소리는
듣기 좋았다
그러나 빗소리보다도
비를 가르는 차들의 소리가 더 커서
빗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대신
불빛이 있는 어디서나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게 보였다
그건 마치 불빛이 있는 곳으로만
비가 몰려드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창문을 열고 빗소리가
커지기를 기다렸지만
빗소리는 쉽사리 커지지 않았다
창문을 닫고 자리에 누웠다
그러자 빗소리가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빗소리는 내 잠의 수면에
무수히 동그라미를 그리며 커져 갔다
나의 잠은 점점 더 빗소리가 짓는
동그라미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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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2015-7월호 <유심시단>에서
* 최형태/ 1998년『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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