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빗소리/ 최형태

검지 정숙자 2015. 7. 1. 17:47

 

 

      빗소리

 

      최형태

 

 

  비가 잦아들 기미는 없었다

  차들의 질주하는 소리를 뚫고

  비는 내렸다 빗소리는

  듣기 좋았다

  그러나 빗소리보다도

  비를 가르는 차들의 소리가 더 커서

  빗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대신

  불빛이 있는 어디서나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게 보였다

  그건 마치 불빛이 있는 곳으로만

  비가 몰려드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창문을 열고 빗소리가

  커지기를 기다렸지만

  빗소리는 쉽사리 커지지 않았다

  창문을 닫고 자리에 누웠다

  그러자 빗소리가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빗소리는 내 잠의 수면에

  무수히 동그라미를 그리며 커져 갔다

  나의 잠은 점점 더 빗소리가 짓는

  동그라미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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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심』2015-7월호 <유심시단>에서

  * 최형태/ 1998년『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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