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날개의 무게/ 조용미

검지 정숙자 2015. 7. 1. 17:40

 

 

      날개의 무게

 

       조용미

 

 

  모든 순간에는 끝이 있다

  저 나비도 그걸 알고 있다

 

  비오는 날이면 늘 나비들이 어디 있는지 궁금했다

 

  복사꽃 옆을 지나다 다시 돌아왔다

  날개를 접고 꽃잎 아래 매달려 있다

  더듬이와 암술이 구분 되지 않는다

 

  큰줄흰나비 날개가 다 젖어 있다

  무거워진 날개가 나비의 영혼을 붙잡고 있다

 

  몸이 곧 영혼인 걸 너도 이제 알게 되었을 테지

 

  무거워진 날개도 날개일 수 있는지 생각에 잠겨 있다

  날개 때문에 날 수 없게 되었다

  접은 날개로 깊은 사유에 들었다

 

  나비와 나는 서로를 느끼고 있다

  젖어가는 옷을 입고 나도 조금씩 무거워졌다

 

  우리는 잘 알지 못하지만 빗속에 함께 있다 

 

    ------------------

   *『유심』2015-7월호 <유심시단>에서

   * 조용미/ 1990년『한길문학』으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발(滿發)/ 서상만  (0) 2015.07.02
빗소리/ 최형태  (0) 2015.07.01
표백/ 이장욱  (0) 2015.06.26
이러다간/ 김형영  (0) 2015.06.25
돈/ 박순원  (0) 201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