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의 무게
조용미
모든 순간에는 끝이 있다
저 나비도 그걸 알고 있다
비오는 날이면 늘 나비들이 어디 있는지 궁금했다
복사꽃 옆을 지나다 다시 돌아왔다
날개를 접고 꽃잎 아래 매달려 있다
더듬이와 암술이 구분 되지 않는다
큰줄흰나비 날개가 다 젖어 있다
무거워진 날개가 나비의 영혼을 붙잡고 있다
몸이 곧 영혼인 걸 너도 이제 알게 되었을 테지
무거워진 날개도 날개일 수 있는지 생각에 잠겨 있다
날개 때문에 날 수 없게 되었다
접은 날개로 깊은 사유에 들었다
나비와 나는 서로를 느끼고 있다
젖어가는 옷을 입고 나도 조금씩 무거워졌다
우리는 잘 알지 못하지만 빗속에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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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2015-7월호 <유심시단>에서
* 조용미/ 1990년『한길문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