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발(滿發)
서상만
늙은 대추처럼 쪼글쪼글 흑화 만발
가끔 백발이 눈을 가릴 때
어디로 그만 떠나고 싶어선지
간신히 고개 드는 관음이여
'나 아직 이렇게 살아 있네'
흐흠 흐흠 헛기침 두 마디로
일파만파
생의 말씀 이미 구층탑이다
이른 새벽시장, 소쿠리 엎어 놓듯
웅크린 등이 살아 있는 봉분이다
터진 양말 새로 삐죽이 내민
누런 발가락이 먼저 저문다
세상에서 가장 멀리 온 노숙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정류장에
구순 노파가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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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문학』2015-7월호 <시>에서
* 서상만/ 1982년『한국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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