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만발(滿發)/ 서상만

검지 정숙자 2015. 7. 2. 16:44

 

 

     만발(滿發)

 

      서상만

 

 

  늙은 대추처럼 쪼글쪼글 흑화 만발

  가끔 백발이 눈을 가릴 때

  어디로 그만 떠나고 싶어선지

  간신히 고개 드는 관음이여

 

  '나 아직 이렇게 살아 있네'

  흐흠 흐흠 헛기침 두 마디로

  일파만파

  생의 말씀 이미 구층탑이다

 

  이른 새벽시장, 소쿠리 엎어 놓듯

  웅크린 등이 살아 있는 봉분이다

  터진 양말 새로 삐죽이 내민

  누런 발가락이 먼저 저문다

 

  세상에서 가장 멀리 온 노숙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정류장에

  구순 노파가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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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문학』2015-7월호 <시>에서

  * 서상만/ 1982년『한국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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