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새/ 임승유

검지 정숙자 2015. 7. 2. 16:52

 

 

     

 

     임승유

 

 

  자작나무를 심었다. 자작나무 옆에 자작나무를 심고 하루 종일 심

다가 해가 넘어가면 다음 날 와서 심었다. 때리는 것 같았다. 맞아서

일어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러면 안 된다고 그만 집으로 갔으면

겠다고 앉아서 울다가

  자작나무를 심기 시작한 후에는 자작나무 밖에는 아무도 없어서 누

운 자작나무를 일으켜 세워가며 자작나무를 더 심었다. 자작나무를

다 심을 수 있을 때까지는 세상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자꾸 누우

려는 언덕을 일으켜 세우다보면 자작나무가 자작나무를 앞서 가는데

그때부터 먼 곳을 보는 버릇이 생겼다.

 

  -------------

  *『불교문예』2015-여름호 <신작시>에서

  * 임승유/ 2011년『문학과사회』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 먹은 용/ 전순영  (0) 2015.07.02
사막으로 가는 문/ 김밝은  (0) 2015.07.02
만발(滿發)/ 서상만  (0) 2015.07.02
빗소리/ 최형태  (0) 2015.07.01
날개의 무게/ 조용미  (0) 201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