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승유
자작나무를 심었다. 자작나무 옆에 자작나무를 심고 하루 종일 심
다가 해가 넘어가면 다음 날 와서 심었다. 때리는 것 같았다. 맞아서
일어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러면 안 된다고 그만 집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앉아서 울다가
자작나무를 심기 시작한 후에는 자작나무 밖에는 아무도 없어서 누
운 자작나무를 일으켜 세워가며 자작나무를 더 심었다. 자작나무를
다 심을 수 있을 때까지는 세상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자꾸 누우
려는 언덕을 일으켜 세우다보면 자작나무가 자작나무를 앞서 가는데
그때부터 먼 곳을 보는 버릇이 생겼다.
-------------
*『불교문예』2015-여름호 <신작시>에서
* 임승유/ 2011년『문학과사회』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 먹은 용/ 전순영 (0) | 2015.07.02 |
---|---|
사막으로 가는 문/ 김밝은 (0) | 2015.07.02 |
만발(滿發)/ 서상만 (0) | 2015.07.02 |
빗소리/ 최형태 (0) | 2015.07.01 |
날개의 무게/ 조용미 (0) | 2015.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