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돈/ 박순원

검지 정숙자 2015. 6. 25. 23:51

 

 

     

 

      박순원

 

 

저에게 지혜를 주세요 용기를 주세요 아니 지혜 용기 따위는 필요 없어요 돈을 주세요 그러면 그 돈으로 지혜를 사지요 용기도 사지요 지금이라도 당장 돈만 있다면 더 지헤로워질 것 같아요 용기도 마구마구 생길 것 같아요 나를 못살게 구는 것들을 지그시 내려다보며 너그럽고 관대하게 용기 있게 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같이 안달복달 지지리 궁상을 떨며 코앞만 쳐다보며 허둥거리지 않을 것 같아요 동작도 눈빛도 더 우아해질 것 같아요 그러니 제게 용기나 지혜를 주시지 말고 돈을 주세요 그러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시현실』2015-여름호 <신작시단>

                  * 박순원/ 충북 청주 출생, 2005년『서정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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