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체적
최해돈
사각형 안에 있었다
늘 제자리였다
느낌이 있는 대로 색깔이 있는 대로 차분한 겨울은
먼지가 날아도 나뭇가지가 휘어져도 혼자의 겨울은
사람을 기다렸다
밑변이 있고 넓이가 있고 높이가 있었다
겨울은 늘 겨울이어서
검정은 어둠 속으로 자꾸만 빨려 들어갔다. 빨강은 빨강이라서 운동장
으로 계속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겨울은
동글동글한 돌멩이를 생각하고
트랙을 생각하고
철봉을 생각하고
덩치 큰 플라타너스를 생각하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날아가는 폐지를 생각하고
구겨진 달력을 생각하고
창가에 윙윙거리는 바람의 아픔을 생각하고
당신이 지나간 굽은 길을 생각하고
길 건너 건물에 매달린 간판을 생각하고
세상에 잠든 울음들이 하얗게 깨어날 때, 눈앞에 펼쳐진 건 겨울의 부
피였다
* 『애지』2015-여름호 <애지의 시인들>에서
* 최해돈/ 2010년『문학과 의식』으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암수 두 마리 뱀이/ 한성례 (0) | 2015.05.28 |
---|---|
히키코모리 2/ 김명서 (0) | 2015.05.23 |
사람의 바다/ 이경 (0) | 2015.05.13 |
청춘/ 최문자 (0) | 2015.04.05 |
나는 물을 이렇게 고쳐 쓴다/ 서안나 (0) | 2015.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