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겨울의 체적/ 최해돈

검지 정숙자 2015. 5. 15. 16:32

 

 

    겨울의 체적

 

     최해돈

 

 

  사각형 안에 있었다

  늘 제자리였다

 

  느낌이 있는 대로 색깔이 있는 대로 차분한 겨울은

  먼지가 날아도 나뭇가지가 휘어져도 혼자의 겨울은

 

  사람을 기다렸다

  밑변이 있고 넓이가 있고 높이가 있었다

 

  겨울은 늘 겨울이어서

 

  검정은 어둠 속으로 자꾸만 빨려 들어갔다. 빨강은 빨강이라서 운동장

으로 계속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겨울은

 

  동글동글한 돌멩이를 생각하고

  트랙을 생각하고

  철봉을 생각하고

  덩치 큰 플라타너스를 생각하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날아가는 폐지를 생각하고

 

  구겨진 달력을 생각하고

  창가에 윙윙거리는 바람의 아픔을 생각하고

  당신이 지나간 굽은 길을 생각하고

  길 건너 건물에 매달린 간판을 생각하고

 

  세상에 잠든 울음들이 하얗게 깨어날 때, 눈앞에 펼쳐진 건 겨울의 부

피였다

 

 

 * 『애지』2015-여름호 <애지의 시인들>에서

 *  최해돈/ 2010년『문학과 의식』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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