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바다
이경
어떤 돈을 맡아보면 확
비린내가 난다
비 오는 날
우산도 사치가 되는 시장 바닥에서
썩어 나가는 고등어 내장 긁어낸 손으로
덥석 받아쥔 천 원 짜리
날비에 젖고
갯비린내에 젖고
콧물 눈물 땀에 젖은 그런
돈이 있다
등록금 주려고
찬물에 씻어도
뜨거운 불에 다려도 영 안 가셔지는 그런
비린내가 있다
이런 돈이 손에 들어온 날은 가끔
지느러미가 찢어진 돈과
돈이 헤엄쳐온
사람의 바다가 보인다
* 계간『시와표현』2015-5월호, 79쪽 <신작시 광장>에서
* 이경/ 1993년『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푸른 독』『오늘이라는 시간의 꽃 한 송이』외. 현 경희대 강사.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히키코모리 2/ 김명서 (0) | 2015.05.23 |
---|---|
겨울의 체적/ 최해돈 (0) | 2015.05.15 |
청춘/ 최문자 (0) | 2015.04.05 |
나는 물을 이렇게 고쳐 쓴다/ 서안나 (0) | 2015.04.04 |
도플갱어/ 강서완 (0) | 2015.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