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사람의 바다/ 이경

검지 정숙자 2015. 5. 13. 16:06

 

 

     사람의 바다

 

       이경

 

 

  어떤 돈을 맡아보면 확

  비린내가 난다

 

  비 오는 날

  우산도 사치가 되는 시장 바닥에서

  썩어 나가는 고등어 내장 긁어낸 손으로

  덥석 받아쥔 천 원 짜리

 

  날비에 젖고

  갯비린내에 젖고

  콧물 눈물 땀에 젖은 그런

  돈이 있다

 

  등록금 주려고

  찬물에 씻어도

  뜨거운 불에 다려도 영 안 가셔지는 그런

  비린내가 있다

 

  이런 돈이 손에 들어온 날은 가끔

  지느러미가 찢어진 돈과

  돈이 헤엄쳐온

  사람의 바다가 보인다

 

 

  * 계간『시와표현』2015-5월호, 79쪽 <신작시 광장>에서

  * 이경/ 1993년『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푸른 독』『오늘이라는 시간의 꽃 한 송이』외. 현 경희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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