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물을 고쳐 쓴다
서안나
나는 물을 이렇게 고쳐 쓴다
두 손을 씻으면
위로할 수 없는 손이 자란다
고통은 유일하다
나는 물을 이렇게 고쳐 쓴다
젖은 배를 끌고 황금의 도시로 가는 자들아
나의 인간과 당신의 인간은 무엇이 다른가
나는 물을 이렇게 고쳐 쓴다
울면 지는 것이다
홀로 남겨진 것은 우리다
나는 물을 이렇게 고쳐 쓴다
물속은 폭풍우와 풍랑이다
소년과 소녀는 물의 안쪽 높은 곳에서
비루한 지상을 위로한다
나는 물을 이렇게 고쳐 쓴다
인간은 인간을 이해하려는 방식이다
나는 물울 이렇게 고쳐 쓴다
물에 찔리고 물에 부딪히고 물의
이마에 이마를 맞댄
소년과 소녀들, 나는 한 잔의 물을 마신다
물에 젖은 눈과 손을 청춘을
물에 젖은 눈과 손과 청춘으로 닦아주마
나는 물울 이렇게 고쳐 쓴다
바다나 읽는 나는 무력한 배경이다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 견고한 악몽이다
-전문 (『애지』2015. 봄호)
* <현대시 월평> 한 문장 : 현실은 지독한 허무와 냉소를 경유해야만 겨우 설명되는 파국의 징후들과 납득할 수 없는 고통들로 가득하다.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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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2015-4월호, 현대시 월평(「담담한 수면을 깨뜨리려면 부글거리는 영혼을 상상해야 한다/ 이정현」)에서
* 이정현/ 문학평론가. 2008년 《문화일보》신춘문예로 등단. 현재 중앙대학교 국문과에서 강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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