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합창단/ 김행숙

검지 정숙자 2010. 12. 4. 00:18

   합창단


    김행숙



  우리들이 똑같은 모양을 입술을 벌릴 때

  입안에 담은 것과

  입술 바깥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

  모순을 일으킬 때

  어느 쪽에도 진실의 발톱은 달려 있어요


  치솟는 얼굴에서

  턱을 끌어당기며 한층 낮은 음으로 인도합니다

  어느 가을날의 심정으로

  우리들은 얼마나 높은 음정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요?

  공중에서 몸부림치는 저 새의 몸통을

  마침내 벗은 하얀 깃털이

  느리게

  부드럽게


  우리에게는 어떤 열매가 툭, 떨어질까요?

  우리는 기뻐했어요


  입술 바깥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 기약 없이 항해를 떠

날 때


  부두에 선 것처럼

  입술이 떨렸어요

  가장 검은 입술도

  가장 얇은 침묵도

  격렬하였습니다



  *시집『타인의 의미』에서/ 2010.11.11 (주)민음사 펴냄

  *김행숙/ 서울 출생, 1999년『현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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