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단
김행숙
우리들이 똑같은 모양을 입술을 벌릴 때
입안에 담은 것과
입술 바깥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
모순을 일으킬 때
어느 쪽에도 진실의 발톱은 달려 있어요
치솟는 얼굴에서
턱을 끌어당기며 한층 낮은 음으로 인도합니다
어느 가을날의 심정으로
우리들은 얼마나 높은 음정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요?
공중에서 몸부림치는 저 새의 몸통을
마침내 벗은 하얀 깃털이
느리게
부드럽게
우리에게는 어떤 열매가 툭, 떨어질까요?
우리는 기뻐했어요
입술 바깥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 기약 없이 항해를 떠
날 때
부두에 선 것처럼
입술이 떨렸어요
가장 검은 입술도
가장 얇은 침묵도
격렬하였습니다
*시집『타인의 의미』에서/ 2010.11.11 (주)민음사 펴냄
*김행숙/ 서울 출생, 1999년『현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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