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
강서완
달빛 아래
잠든 손
산맥을 접고 호수를 타고 온 바람이 만돌린을 스친다
동백꽃이 툭툭 떨어진다 기염을 토하던 초록색도 엎어졌다 한밤엔 늑
대가 왔다 절벽 끝에서 하늘도 목을 늘였다 허공이 끈적거린다
바람의 근간이 휘발된다
목이 긴 물병 속으로 달빛이 휘어진다
기립할 수 없는 아침
물의 무늬가 깊어졌다
근육이 생긴다
저 곡선을 그리려고 그는 한 생을 소진했나?
누군가 눈썹 위에 다녀갔다
손등에 젖은 기시감이 날아간다
햇살이 손을 당긴다
주변 무한대가 일어선다
-전문-
<작품론> 한 문장 : 침묵의 언어라는 말을 시인들은 곧잘 사용하지만, 침묵 또한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는 사실을 시인들은 분명히 알고 있다. ---오홍진(문학평론가, 2003년《문화일보》신춘문예 평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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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지』2015-봄호/ 애지의 초점 <이 시인을 조명한다>에서
* 강서완/ 경기 안성 출생, 2008년『애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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