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침묵
정숙자
떠도는 생각
밀어 넣은 말
비극이 된 사랑
바다로 간다. 약속한 바 없건만 모두 바다로 간다. 바
다에 가서도
떠돌 뿐
밀어 넣을 뿐
출렁거릴 뿐
그리하여 맨 처음 침묵을 만든 건 수평선이다
그리하여 맨 처음 침묵을 간직한 건 수평선이다
만들어지는 거라고
만드는 거라고
만든 거라고
꾹 다문 한 줄
넓게 깊게 높이 또한 쓸쓸히
우그러뜨리거나 느슨하지도 않은 한 발 한 발 팽팽히
무너지면서
뜬구름과 빗돌
모래 언덕과 태양
눈보라와 먼 섬
균형 잡는 수평선 수평
가도 가도 끝없이 무엇이 부서진다 하느냐?
가도 가도 끝없이 무엇이 밀려온다 하느냐?
-『시향』 2014-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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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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