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만들어진 침묵/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4. 3. 15. 13:45

 

 

    만들어진 침묵

 

    정숙자

 

 

   떠도는 생각

   밀어 넣은 말

   비극이 된 사랑

 

   바다로 간다. 약속한 바 없건만 모두 바다로 간다. 바

다에 가서도

 

   떠돌 뿐

   밀어 넣을 뿐

   출렁거릴 뿐

 

   그리하여 맨 처음 침묵을 만든 건 수평선이다

   그리하여 맨 처음 침묵을 간직한 건 수평선이다

 

   만들어지는 거라고

   만드는 거라고

   만든 거라고

   꾹 다문 한 줄

   넓게 깊게 높이 또한 쓸쓸히

 

   우그러뜨리거나 느슨하지도 않은 한 발 한 발 팽팽히

무너지면서

 

   뜬구름과 빗돌

   모래 언덕과 태양

   눈보라와 먼 섬

   균형 잡는 수평선 수평

 

   가도 가도 끝없이 무엇이 부서진다 하느냐?

   가도 가도 끝없이 무엇이 밀려온다 하느냐?

      -『향』 2014-봄호 

 

    --------------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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