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액체계단/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4. 7. 10. 15:20

 

 

    액체계단

 

    정숙자

 

 

   직각이 흐르네

   직각을 노래하네

   직각

       직각

           직각 한사코 객관적인

   도시의 계단들은 경사와 수평, 깊이까지도

   하늘 깊숙이 끌고 흐르네

 

   날개가 푸르네

   날개가 솟구치네

   다음

       다음

           다음 기필코 상승하는

   건축의 날개들은 수직과 나선, 측면까지도

   성운 깊숙이 깃을 들이네 

 

  설계와 이상. 노고와 탄력. 눈물의 범주. 계단은 피와 뼈

와 근면의 조직을 요구하네. 인간이 만들지만 결국 신의

소유가 되는, 그리하여 쉽사리 올라설 수도 콧노래 뿌리

며 내려설 수도 없는 영역이 되고 만다네.

 

  바로, 똑바로, 직각으로 날아오른 계단은 자신의 DNA

를 모두에게 요구하네. 허튼, 무른, 휘청거리는 발목을 수

용치 않네. 가로, 세로, 직각으로 눈뜬 모서리마다 부딪치

며 흐르는 물소리 콸콸 콸콸콸 노상 울리네. 

 

  계단의 승/강은 눈 VS 눈이네. 한 계단 한 계단 한 걸음

한 걸음 한눈파는 눈으로는 안녕불가. 생사의 성패의 지

엄한 잣대가 계단 밑 급류에 있네. 너무 익숙히, 너무 가까

이, 너무나 친근히 요주의 팻말도 없이.

   -『현대시』 2014-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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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에서/ 2017.6.26.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등, 산문집『행복음자리표』『밝은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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