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다리 밑 갤러리/ 김명서

검지 정숙자 2014. 8. 27. 14:53

 

 

 

     다리 밑 갤러리

 

      김명서

 

 

  햇볕에 등을 말려도 춥다

 

  앞문을 닫으니 뒷문이 열린다

 

  뒷문은 바람을 불러들이고

  바람은 긴 꼬리를 흔들어 새를 불러들인다

 

  새는 난간에 만년설을 내려놓는다

  지친 눈빛 속에

  피오르와 기암괴석과 소금사막이 지나간다

 

  그리고 새가 하루 일찍 풀어놓고 간

  비행운을 바라보다 또 하루가 지나갔다

 

  예시몽 같은 부메랑을 던진다

 

  부메랑이 돌아오는 동안

  허공과 허공 사이 다시 허공이 쌓이고

  화약 냄새 자욱한 죽은 자들의 절규가 포말을 일으킨다

 

  나는 나를 추적 중이다

  다시 만나게 되는 나는

  여태 과거에서 태어나고 있다

 

  불에 탄 망루가 무너지고

  쇠사슬에 엮여서 끌려가던

  그날의 악몽에 가위눌려 나는

  현장으로부터 줄곧 도망치고 도망친다

 

 

  *『시산맥』2014-가을호

  * 김명서/ 2003년『시사사』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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