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스 한 방울
이규리
꽃꽂이하는 사람이 말해 주었다 꽃을 더 오래 보려면 꽃병
에 락스 한 방울 떨어뜨리면 된다고…… 아무리 해도 그거
너무 폭력적이지 않나 싶으면서 그 말 왜 솔깃해지는지 머
뭇거리다가 한 방울 꽃병에 떨어뜨렸다 거짓말처럼 뒷자리
가 말끔해졌다 저러자면 누군가는 또 얼마나 참아야 했을
까 너무 똑 떨어지는 이치에는 어딘지 사기치는 냄새가 난
다 후각을 마비시키며 이룬 거사들, 달콤하게 던져준 당근
들, 한 방울 떨어뜨려 애써 제자리를 확보하는 동안 꽃병 속
꽃은 어땠을까 락스 한 방울…… 이 세계에서는 나를 더 연
장하지 않기로 한다
* 시집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에서/ 2014.5.10 <(주) 문학동네> 펴냄
* 이규리/ 1955년 경북 문경 출생, 1994년『현대시학』으로 등단
* 시집으로『앤디 워홀의 생각』『뒷모습』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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