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락스 한 방울/ 이규리

검지 정숙자 2014. 5. 21. 02:21

 

 

    락스 한 방울

 

     이규리

 

 

  꽃꽂이하는 사람이 말해 주었다 꽃을 더 오래 보려면 꽃병

에 락스 한 방울 떨어뜨리면 된다고…… 아무리 해도 그거

너무 폭력적이지 않나 싶으면서 그 말 왜 솔깃해지는지 머

뭇거리다가 한 방울 꽃병에 떨어뜨렸다 거짓말처럼 뒷자리

가 말끔해졌다 저러자면 누군가는 또 얼마나 참아야 했을

까 너무 똑 떨어지는 이치에는 어딘지 사기치는 냄새가 난

다 후각을 마비시키며 이룬 거사들, 달콤하게 던져준 당근

들, 한 방울 떨어뜨려 애써 제자리를 확보하는 동안 꽃병 속

꽃은 어땠을까 락스 한 방울…… 이 세계에서는 나를 더 연

장하지 않기로 한다

 

 

   * 시집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에서/ 2014.5.10  <(주) 문학동네> 펴냄

   * 이규리/ 1955년 경북 문경 출생, 1994년『현대시학』으로 등단

   * 시집으로『앤디 워홀의 생각』『뒷모습』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