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몽골시편/ 이영혜

검지 정숙자 2014. 5. 4. 22:21

 

 

      몽골시편

       -테를지 별밤

                                

       이영혜

 

 

  밤하늘 주름치마에 가득 매달린 스팽글들

  한 올 끝만 잡아당기면

  금세라도 우수수 떨어져 내려

  내 위로 별무덤처럼 쌓일 것 같다

 

  한때는 총총했던 신생의 알들

  반짝 꼬리를 끌고 치어처럼 떨어지는

  저 별똥별들처럼 하나씩

  차례로 밝아졌다가 가뭇없이 사라져 갔지

  내 안에 긴 길을 내며 뿌려졌던 네 은하수

  오늘은 테를지 하늘 검은 벨벳 치마를

  뿌옇게 적시고 흐른다

 

  깊이 잠든 풀들의 허리를 베고 누운 밤

  내 캄캄하게 마른 우물 속에도

  꺼졌던 별빛 다시 점등된다

  내 옆에 순하게 누워 있는

  내가 끌고 온 지친 길들

  거친 손을 한껏 끌어안는다

 

  이 별에서 저 별로 깜박이며

  옮겨 가고 있는 작은 떠돌이별 편에

  한 줄 안부를 그대에게 발신한다

  한평생, 말 달렸던 이 초원의 길과 연결된 핏줄부터

  다시 더운 피가 돌기 시작했노라고

  남은 알들 부화하는지 날것의 꿈틀거림이

  배 속에 차오르고 있노라고

 

  *『식물성 남자를 찾습니다』에서/ 20214.4.21 <(주)천년의시작> 펴냄

  * 이영혜/ 서울 출생, 2008년『불교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