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시편
-테를지 별밤
이영혜
밤하늘 주름치마에 가득 매달린 스팽글들
한 올 끝만 잡아당기면
금세라도 우수수 떨어져 내려
내 위로 별무덤처럼 쌓일 것 같다
한때는 총총했던 신생의 알들
반짝 꼬리를 끌고 치어처럼 떨어지는
저 별똥별들처럼 하나씩
차례로 밝아졌다가 가뭇없이 사라져 갔지
내 안에 긴 길을 내며 뿌려졌던 네 은하수
오늘은 테를지 하늘 검은 벨벳 치마를
뿌옇게 적시고 흐른다
깊이 잠든 풀들의 허리를 베고 누운 밤
내 캄캄하게 마른 우물 속에도
꺼졌던 별빛 다시 점등된다
내 옆에 순하게 누워 있는
내가 끌고 온 지친 길들
거친 손을 한껏 끌어안는다
이 별에서 저 별로 깜박이며
옮겨 가고 있는 작은 떠돌이별 편에
한 줄 안부를 그대에게 발신한다
한평생, 말 달렸던 이 초원의 길과 연결된 핏줄부터
다시 더운 피가 돌기 시작했노라고
남은 알들 부화하는지 날것의 꿈틀거림이
배 속에 차오르고 있노라고
*『식물성 남자를 찾습니다』에서/ 20214.4.21 <(주)천년의시작> 펴냄
* 이영혜/ 서울 출생, 2008년『불교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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