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벼룩시장에서 만난 해골/ 정채원

검지 정숙자 2014. 5. 19. 16:58

 

 

     벼룩시장에서 만난 해골

 

       정채원

 

 

  앤디 워홀이 만들었다나 벼룩시장에서 샀다는 해골로 만

든 작품 '두개골'이 있지 내 해골을 긁적거리면 네 해골이 시

원해질 수도 있을까 몰라 빈대가 들끓는 내 영혼을 보여 주

어야 네 영혼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외치는 건가 입을 힘껏

벌리고 있네 벼룩시장에서 산 것이라고 벼룩이 들끓는 건

아니라네 고르고 튼튼한 이빨들, 벌레 먹은 것 하나 없이 그

는 죽음에 먹혀 버렸네 죽음은 확실히 벌레보다 힘이 세구

나 기둥 다 갉아먹히고도 서까래만 남아 버티는 귀신사 마

을에, 죽은 듯 살아 있는 세상에, 오, 세상에 그는 어쩌다

말짱한 이빨로 끌려간 것일까 중고품이긴 하지만 이제 너는

슬픔과는 무관하구나 온갖 낡은 귀신들이 출몰하는 만물시

장 내 두개골을 두드려 본다 잘 익었니 당도는 충분하니 골

이 너무 깊어지기 전에 너무 딱딱하게 굳어지기 전에 팔아

버리자 팦, 팦, 튀겨서 팔아 버리자 뚜껑이 열릴 때마다 호

시탐탐 골 밖으로 튀어나가려는 앤디, 오, 앤디, 골만 잘

두드리면 벼룩도 빈대도 예술이라고

 

 

  * 시집 『일교차로 만든 집』에서/ 2014.5.15  <(주) 천년의시작> 펴냄

  * 정채원/ 서울 출생, 1996년『문학사상』으로 등단

  * 시집으로『나의 키로 건너는 강』, 『슬픈 갈릴레이의 마을』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