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묘 이야기
김정인
따따구리 부리로 쪼아 만든 집 문패 다는 날, 신부전
증을 앓던 아내는 구름이 되었다. 그는 해묵은 공단이
불 속에서 젖은 목화송이가 되었다. 바느질 땀이 겉도
는 밤을 붙들 때마다 하얗게 피어오르는 목화밭.
오빠는 올해도 묘지 관리비를 정산하러 내려왔다.
아내 옆자리에 앉힌 그의 가묘는 한쪽 멍울을 도려낸
가슴팍 같다. 오래전부터 없는 쪽으로 기우뚱한 어깨,
비우는 소주잔이 휘어진 등골을 타고 흐른다.
그는 여기에 뼈를 묻을 것이다. 처음 살림살이를 챙
긴 시간에 불을 켜둔 여기, 그늘 밀어내던 구름 주저앉
아 쑥부쟁이로 자란 여기, 평생 끌고 온 누추한 풍경들
이 아리랑이로 사라지는 여기,
오래된 약봉지에 같은 밤을 걸쳐놓고 그가 절뚝거리
며 다가간다. 저린 하반신을 끌며 올라가는 길, 장부책
에 깨알 박힌 생각들 깜박이는데 달빛 그득 끌어안은
가묘, 꺼진 정수리가 환하다. 없는 계절의 시차를 견디
고 있다.
* 시집 『누군가 잡았지 옷깃,』에서/ 2014.4.10 <서정시학> 펴냄
* 김정인/ 서울 출생, 1999년『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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