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망치 치는 거인/ 이초우

검지 정숙자 2014. 3. 3. 17:39

 

 

    망치 치는 거인*

 

    이초우

 

 

  신문로 1가에 가면 어디선가 망치 치는 소리 들려온다

  24층 빌딩 옆 대로변 모롱이에서 누가 망치를 친다

  그을린 얼굴 검은 작업복, 세상의 중심에서

  빌딩 숲 속에서

  검정 색처럼 외길로 망치를 친다

  바지 아래 신발을 보면 안전화를 신고 있다

  그러나 다소곳 고개 숙여

  때릴 자리 느긋이 바라보는 모습,

  아무래도 당신은 정신노동자 같다

  한 번 내려치는 시간 1분 17초, 잔뜩 힘 몰아

  제 자신을 때린,

  망치 튀는 모습, 내가 떨린다

  신성한 한 번의 동작으로

  노동과 정신을 함께 말하는 철학자인가

  느리면서도 결코 느리지 않은

  느긋하면서도 지극히 정교한,

  수많은 행인들은 물론 당신을 경배하는 나에게

  활력 넘치게 하는 22미터 강철 거인

  쉼 없이 풀려 있는 당신 자신을 때리기도 하다가

  당신의 꿈을 두드리는 그 망치 소리

  신문로에서 광화문 네거리로

  지구의 중심에서 저 먼 낯선 대지까지

  범종 소리처럼 둥글게 둥글게 여울져 간다

 

 *미국 조각가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망치 치는 사람」

  ----------------------------------------------------  

 

  * 시집 『웜홀 여행법』에서/ 2014.1.29 <(주)천년의시작> 펴냄

  * 이초우/ 경남 합천 출생, 2004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기행 7-사막의 밤/ 김태암  (0) 2014.03.10
터져버리는 풍선/ 우애자  (0) 2014.03.05
스위치/ 최호일  (0) 2014.03.02
즈음/ 권정일  (0) 2014.02.26
목어/ 임솔내  (0) 2014.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