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 치는 거인*
이초우
신문로 1가에 가면 어디선가 망치 치는 소리 들려온다
24층 빌딩 옆 대로변 모롱이에서 누가 망치를 친다
그을린 얼굴 검은 작업복, 세상의 중심에서
빌딩 숲 속에서
검정 색처럼 외길로 망치를 친다
바지 아래 신발을 보면 안전화를 신고 있다
그러나 다소곳 고개 숙여
때릴 자리 느긋이 바라보는 모습,
아무래도 당신은 정신노동자 같다
한 번 내려치는 시간 1분 17초, 잔뜩 힘 몰아
제 자신을 때린,
망치 튀는 모습, 내가 떨린다
신성한 한 번의 동작으로
노동과 정신을 함께 말하는 철학자인가
느리면서도 결코 느리지 않은
느긋하면서도 지극히 정교한,
수많은 행인들은 물론 당신을 경배하는 나에게
활력 넘치게 하는 22미터 강철 거인
쉼 없이 풀려 있는 당신 자신을 때리기도 하다가
당신의 꿈을 두드리는 그 망치 소리
신문로에서 광화문 네거리로
지구의 중심에서 저 먼 낯선 대지까지
범종 소리처럼 둥글게 둥글게 여울져 간다
*미국 조각가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망치 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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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웜홀 여행법』에서/ 2014.1.29 <(주)천년의시작> 펴냄
* 이초우/ 경남 합천 출생, 2004년 『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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