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즈음/ 권정일

검지 정숙자 2014. 2. 26. 13:39

 

 

    즈음

 

    권정일

 

 

  누구나 즈음이 있고 그 즈음에서

  서성거리는 자발적 고립이 있고

 

  우리는 외로움을 가졌잖아

 

  가지 마

  아무도 그립지 않은 것은 사치야

 

  고운 음색으로 리듬 있게 흩날리며

  반성 없이 꽃 피울 수 없어

  느리게 자라 황홀하게 벌레 먹고 싶은

  황금비를 쏟아내는 히말라야시다였잖니

 

  수천 개의 황금종을 타종하며

  내 심장의 즈음을 맴돌고 있는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허락 없이 짧게 나눈 이별처럼

  허락 없이 길게 남은 키스처럼

 

  아직 체온 같은 인상착의

 

  누가 자꾸 눈물방울을 돌리고 있는 것 같다

  쪼개진 눈물 같다

 

  시다림과 간절함과 쓸쓸함이 헤어지는 시간

 

 

  * 시집『양들의 저녁이 왔다』에서/ 2013.11.25 <작가세계> 펴냄

  * 권정일/ 1999년 『국제신문』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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