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비문/ 김명서

검지 정숙자 2013. 12. 1. 20:57

 

 

     비문

 

     김명서

 

                                   1.

  신문을 펼친다

  정리해고,

  무자비한 포식자의 리스트에 오르지 않으려고 죽을 힘 다해 회사에 몸 바쳤

다고

  해고노동자 허탈하게 웃고 있다

 

                                    2.

  저위도의 습지를 들여다본다

  "노동자와 손잡고 희망을 노래한 시인이 구속되다"

  좁쌀만 한

  머리말, 신문모서리에 부딪힌다

  깨진

  낱자와 낱자

  결합하고 충돌하면서 날벌레를 방사한다

 

                                     3.

  시인이 괴로워하는 사회는 병들어 있다.*는 수도자가 살찌는 사회는 내일이

없다.로 읽힌다

 

  지나치게

  경직되거나 이완되면

  읽지 말고 느낄 것

  느낀다는 것은 사물의 심성을 만져보는 것

 

                                     4.

  날벌레 떼

  시야를 어지럽힌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걸 보면

 

  비문(飛文)인지 비문(非文)인지

 

  내 몸 어딘가

  빗물이 고인 웅덩이가 있을 것이다

 

   * 게오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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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표현』2013 겨울호

  *  김명서/ 2003년『시사사』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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