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
김명서
1.
신문을 펼친다
정리해고,
무자비한 포식자의 리스트에 오르지 않으려고 죽을 힘 다해 회사에 몸 바쳤
다고
해고노동자 허탈하게 웃고 있다
2.
저위도의 습지를 들여다본다
"노동자와 손잡고 희망을 노래한 시인이 구속되다"
좁쌀만 한
머리말, 신문모서리에 부딪힌다
깨진
낱자와 낱자
결합하고 충돌하면서 날벌레를 방사한다
3.
시인이 괴로워하는 사회는 병들어 있다.*는 수도자가 살찌는 사회는 내일이
없다.로 읽힌다
지나치게
경직되거나 이완되면
읽지 말고 느낄 것
느낀다는 것은 사물의 심성을 만져보는 것
4.
날벌레 떼
시야를 어지럽힌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걸 보면
비문(飛文)인지 비문(非文)인지
내 몸 어딘가
빗물이 고인 웅덩이가 있을 것이다
* 게오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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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표현』2013 겨울호
* 김명서/ 2003년『시사사』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