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시집 · 뿌리 깊은 달

희망값/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11. 30. 22:20

 

 

    희망값

 

    정숙자

 

 

  (모든 지불은 비스킷으로……)

 

  (사랑하는 비스킷, 오래도록 사귀어온 비스킷)

 

  그것은 꿈에 대한 대가이니!

  바람만으로 띄울 수 있는 게 꿈이라고 여기지 마라

  뜨겁게 바삭하게 고소하게 구워진 고독, 고뇌, 고전을 지

불해야만 얻어지는

  백화점에서는 골라올 수 없는

  신의 상품

  세일은 없다

  어떤 꿈도 명품이거늘

  똑같은 유형의 흑백은 내놓지 않아

  어찌 비싸지 않으랴

  오로지 하나뿐인 너와 나의 우리 모두의 꿈은 진열된 그

대로 명품

  신의 가게에 기획 상품이란 없다 ∴ 싼 값이란 없다

  풀 한 포기 구름 한 송이도 고유디자인을 풀어나간다

  모든 이의 고통은 제각기 붉은 비스킷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불길 요구하는 오븐에 후렴을 집어넣노라

  이빨 삶겨지는 고통도 즐겨 겪노니

  나는 지금 내 꿈에 적힌 대금의 비스킷을 갚는 중이다

  보라, 후세여

 

  내가 죽고 난 뒤

  내가 치른 비스킷이 무엇이었는지를

  그것이 얼마나 진지하고 유쾌한 무지개였던가를

  죽음으로써만이 완납 증명된 내 꿈의 상자를

  열어보라, 후세여

  그대의 비스킷은 어느 하늘로 날아가는가?

    -『다층』201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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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