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값
정숙자
(모든 지불은 비스킷으로……)
(사랑하는 비스킷, 오래도록 사귀어온 비스킷)
그것은 꿈에 대한 대가이니!
바람만으로 띄울 수 있는 게 꿈이라고 여기지 마라
뜨겁게 바삭하게 고소하게 구워진 고독, 고뇌, 고전을 지
불해야만 얻어지는
백화점에서는 골라올 수 없는
신의 상품
세일은 없다
어떤 꿈도 명품이거늘
똑같은 유형의 흑백은 내놓지 않아
어찌 비싸지 않으랴
오로지 하나뿐인 너와 나의 우리 모두의 꿈은 진열된 그
대로 명품
신의 가게에 기획 상품이란 없다 ∴ 싼 값이란 없다
풀 한 포기 구름 한 송이도 고유디자인을 풀어나간다
모든 이의 고통은 제각기 붉은 비스킷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불길 요구하는 오븐에 후렴을 집어넣노라
이빨 삶겨지는 고통도 즐겨 겪노니
나는 지금 내 꿈에 적힌 대금의 비스킷을 갚는 중이다
보라, 후세여
내가 죽고 난 뒤
내가 치른 비스킷이 무엇이었는지를
그것이 얼마나 진지하고 유쾌한 무지개였던가를
죽음으로써만이 완납 증명된 내 꿈의 상자를
열어보라, 후세여
그대의 비스킷은 어느 하늘로 날아가는가?
-『다층』201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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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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