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달
정숙자
소용돌이 휘말려 대가리 박살났을지라도 산산조각 다시 뭉쳐 강물의 호수의 바다의 심장이 되는 늦가을 어스름이면 쩌렁쩌렁 더욱더 불타오르는 그물로 작살로도 건질 수 없는 눈으로만이 만질 수 있는 오로지, 오직 한 마리 모남 메마름 게으름 서두름 없이 물결 한 결 헤집음 없이 산 넘어 또 산 넘어 서방정토까지 혼자이지만 접었다 폈다 마침내 둥글어지는 독야청청 저 물고기! 실개울에도 흐르고 있어 우리들 가슴에도 뿌려져 있어 내 인생 견문록 참회록에도 새겨져 있어 천천히 찬찬히 구름과 바람 사이를 온밤을 꿋꿋이 돌보고 있어 - 원제 : 뜨거운 달 -『애지』2009년 가을호 -------------------- *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제8시집 · 뿌리 깊은 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집『뿌리 깊은 달』서평_시로 쓴 자서전적 시학의 언어/ 강기옥 (0) | 2014.11.16 |
---|---|
희망값/ 정숙자 (0) | 2013.11.30 |
절벽에서 날다/ 정숙자 (0) | 2013.11.26 |
나의 작시욕(作詩慾)/ 정숙자 (0) | 2013.11.18 |
나의 작시기(作詩記)/ 정숙자 (0) | 2013.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