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시집 · 뿌리 깊은 달

뿌리 깊은 달/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3. 11. 29. 15:31

 

 

      뿌리 깊은 달

 

      정숙자

 

 

   소용돌이 휘말려 대가리 박살났을지라도

   산산조각 다시 뭉쳐

   강물의 호수의 바다의 심장이 되는

 

   늦가을 어스름이면 쩌렁쩌렁

   더욱더 불타오르는

   그물로 작살로도 건질 수 없는

   눈으로만이 만질 수 있는

   오로지, 오직 한 마리

 

   모남 메마름 게으름 서두름 없이

   물결 한 결 헤집음 없이

   산 넘어 또 산 넘어 서방정토까지 혼자이지만 

 

   접었다 폈다 마침내 둥글어지는 독야청청 저 물고기!

 

   실개울에도 흐르고 있어

   우리들 가슴에도 뿌려져 있어

   내 인생 견문록 참회록에도 새겨져 있어

 

   천천히 찬찬히 구름과 바람 사이를

   온밤을 꿋꿋이 돌보고 있어     

 

      - 원제 : 뜨거운 달

      -『애지』200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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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뿌리 깊은 달』에서/ 2013. 2. 28.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