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한 균열
조연수
흔들리는 못을 빼서 다시 박는다
헐거워진 구멍은 시멘트 가루를 흘려보낸다
못을 향한 망치의 두드림, 커질수록
벽의 구멍은 더 느슨하고 못은 휘어진다
받아주는 것이 없다는 것이
몰래 창을 넘은 햇살처럼 서글프다
적막함이 소리를 가져가듯
못이 바닥에 덩그러니
망치와 휘어진 못과 시멘트 가루 떨어지는 벽이
일정한 균열을 이루며 침묵한다
갈라진 골을 따라 흘러들어가는 노래
어젯밤이 끝이야
얇은 계절을 좋아하는 너의 균열을 읽지 않을 거야
노래는 침착하게 갈비뼈 사이를 관통한다
아물지 않은 가사는 식탁 위에서 곪아가고
기억이 없는 혀는 갈라진 벽을 핥아댄다
어젯밤이 끝이라구
끈적한 노래가 사각으로 흘러나오는 스피커 위로
침착하게 균열이 지나가고
철 지난 엉겅퀴들이 벽에 기대 흔들리고 있다
* 시집『아마, 토마토』에서/ 2013.10.29 <문학의전당> 펴냄
* 조연수/ 경남 함안 출생, 2012년『포엠포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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