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베짱이
문효치
눈이 어두우면
귀가 밝아진다
안 들어도 될 소리를 듣고서
몇 날씩 가슴앓이를 할 때가 많다
오늘은 그래도 운 좋은 날이다
저놈의 작은 몸에서 나는 소리
풀잎 사이사이 무슨 길이 있어
내 귀에까지 들려온다
목숨이 머물다가 지나가는 소리
수만년 수천년 흘러오다가
저놈 몸통 속을 지나가는 소리
계곡에 맑은 물 흐르듯이
정(淨)한 목숨 지나가는 소리
* 시집『별박이자나방』에서/ 2013.10.25 <서정시학> 펴냄
* 문효치/ 1943년 전북 군산 출생, 1966년《한국일보》《서울신문》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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