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줄베짱이/ 문효치

검지 정숙자 2013. 11. 17. 00:30

 

 

     줄베짱이

 

      문효치

 

 

  눈이 어두우면

  귀가 밝아진다

 

  안 들어도 될 소리를 듣고서

  몇 날씩 가슴앓이를 할 때가 많다

 

  오늘은 그래도 운 좋은 날이다

 

  저놈의 작은 몸에서 나는 소리

  풀잎 사이사이 무슨 길이 있어

  내 귀에까지 들려온다

 

  목숨이 머물다가 지나가는 소리

  수만년 수천년 흘러오다가

  저놈 몸통 속을 지나가는 소리

  계곡에 맑은 물 흐르듯이

 

  정(淨)한 목숨 지나가는 소리

 

 

  * 시집『별박이자나방』에서/ 2013.10.25 <서정시학> 펴냄

  * 문효치/ 1943년 전북 군산 출생, 1966년《한국일보》《서울신문》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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