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이랬다네
김수목
우리는 좀더 오래도록
아이로 남아 있고 싶었다
빼곡히 줄지어 선 학교 쥐똥나무 울타리만큼이나
키가 자라 입학을 해야 했을 때에도
우리는 골목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유폐된 우리의 영토, 우리들의 왕국을
땅따먹기를 하기 위해서는 손을 한껏 늘려야 했다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고,
넓은 영토를 소유하기 위해
잘 펴지지 않는 손가락 사이를 원망하기도 했다
해가 저물면 아무 의미도 없어진 나의 영토,
몇 사람의 발자국이 쓸고 지나면
그냥 실금 몇 개만 남은 골목길이었다
초가지붕의 가교사 양달에 나와
해바라기를 하던 쉬는 시간이면
짬짬이 땅따먹기 놀이에 정신을 팔며
더 많은 땅을
어림없이 더 큰 왕국을 꿈꾸는
제왕이 되어보곤 했다
아무 것도 소유할 수 없었던 우리의 유년에
열병을 앓다 열을 내지 못해 죽은 짝의
먼지 쌓인 책상을 옷소매로 훔치며
무딘 면도칼로 분할했던 영토를 확인해야 했다
서툰 손 뼘으로 몇 번이나 재어
사이좋게 나누었던
그러나 이제는 소용없는 나의 점령지.
* 시집『바그다드 카페』에서/ 2013.11.5 <문학아카데미> 펴냄
* 김수목/ 전남 강진 출생, 2000년『문학과창작』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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